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대도시교통난과 관련, 기관사 없이 완전자동으로 운행되는 첨단방식의 지하철 도입문제가 한국의 교통당국에 의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에 의해 자동으로 운행되는 지하철인 VAL(vehicule automatique leger·자동경전철)시스템기술의 세계적 권위인 프랑스 마트라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지하철건설을 추진 중에 있는 대구시가 VAL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있으며, 서울시지하철당국도 지하철노조의 파업사태이후 VAL시스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성달 대구시장이 지난 5월 프랑스를 방문, 마트라사 관계자들과 접촉하고 현재 VAL이 운행되고있는 프랑스북부의 릴시를 둘러본데 이어 7월에는 한국교통연구원 (KOTI)관계자들이 방불, VAL시스템을 집중조사하고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마트라사의 크라메르 사업담당이사는 대구시의 의뢰를 받아 이미 87년 VAL시스템 도입을 전제로한 대구시 장기교통대책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바 있다고 말하고, 5월 파리에서 마트라사 관계자들과 만났을 때 박 시장은 재원조달과 관련, 금융지원문제를 집중논의하고 돌아갔다고 전했다.
크라메르 이사는 VAL시스템의 수송능력이 인구 1백만∼4백만 명의 대도시에 적합하므로 인구 1천만명의 거대 도시인서울시 자체에는 VAL시스템이 부적합한 점이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서울시와 외곽 위성도시를 연결하거나 기존지하철을 컴퓨터에 의해 자동화하는데는 VAL시스템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라사는 장기적인 한국의 시장가능성을 높이평가, 이미 84년 서울에 사무소를 설치했고 그 동안 대구·광주·인천·대전 등 대도시지역에 대한VAL시스템 판매가능성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달말 유럽순방차 프랑스를 공식 방문할 예정인 노태우 대통령의 고향이 대구라는 점과 관련, 최근 프랑스는 TGV(고속전철)와 함께 VAL시스템의 대한판매에 부쩍 열을 올리고 있다.
기관사에 의해 수동으로 운행되는 기존의 지하철과는 달리 매표·개표 등 역무에서부터 배차·정차·속도조절 등 차량운행에 이르는 전과정이 중앙통제실과 연결된 컴퓨터에 의해 완전자동 조절되기 때문에 인력소요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이가장 큰 장점.
또한 차폭을 기존 지하철의 3분의2인 2m정도로 좁히고, 객차 수를 2∼6량으로 소형화하는 대신 배차간격을 최고 60초까지 최소화함으로써 수송능력을 높인다. 차폭과 열차 길이가 기존 지하철보다 훨씬 짧기 때문에 지하철공사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기존지하철공사비의 약20%수준) .
92년 개통예정인 대만타이베이시의 경우 마트라사 추산에 따르면 12km·13개 역·1백2개 객차기준으로 2억2천5백만 달러(1천4백60억 원)가 소요된다. 즉 km당 약1백20억 원의 경비가 든다는 계산이다. 대구에 VAL시스템을 설치할 경우 약3억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 같다는 게 마트라측의 설명이다.
6년 전 VAL시스템이 개통된 프랑스 릴시의 경우 총연장 25km·34개 역·83개 객차를 운행중인데 배차간격은 러시아워 72초, 평상시 3분으로 최고운행속도는 시속80km, 평균 운행속도는 시속 34km. 6년의 운행결과 정시에 자주 차가 오기 때문에 러시아워에도 서로 먼저 타려는 데서 빚어지는 혼잡이 없어졌다. 열차를 운행하는 총 인력은 2백75명.
초당 3만 가지의 각종정보가 계속 중앙통제실로 입력되므로 사고발생 유무·차량이상 여부·승객의 혼잡도 등이 즉시 알려져 자동적으로 조치가 취해지게 돼있다. 예컨대 승객이 갑자기 몰리면 자동으로 배차간격이 짧아지고 차량에 이상이 있으면 자동으로 운행이 정지된다.
역사의 선로주변에 자동 개폐되는 2중문이 설치돼 있고, 홈과 객차바닥면과의 간격이 1.5cm에 불과해 역무원이 전혀 없지만 승·하차에 따른 위험이 거의 없다.
현재 프랑스 릴시와 미국 잭슨빌 등 2곳에서 운행중이며 시카고·파리 오를리공항·대만타이베이·프랑스 툴루즈 등에서 공사가 진행중이다.【파리=배명복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