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수박 200만통 산 남자 "8.15 만세 부르면 끝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17 08:00

업데이트 2021.07.17 15:09

“올여름 제가 수박 200만 통 정도 샀습니다.”

[잡썰19] 롯데마트 과일팀 신한솔 상품기획자(MD)

15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마트 본사에서 만난 신한솔(32) 상품기획자(MD)가 “올봄부터 전국의 수박 산지 중 안 가본 곳이 없다”며 “롯데마트 113개 전점에서 다음 달까지 판매될 수박 200만 통을 제가 다 산 셈”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신 MD는 대형마트의 핵심부서로 꼽히는 과일팀에서 4년 차 막내다. 수박은 여름철 대표 과일이라 적게는 7년 차 이상의 중고참이 맡는데, 막내인 신 MD가 올해부터 담당이 됐다. 2018년 롯데마트 입사와 동시에 과일팀 발령을 받았는데, 열심히 발로 뛰는 모습을 보고 팀장이 대표 과일인 수박과 딸기를 그에게 맡긴 것.

15일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본사에서 신한솔 MD가 과일 소싱 과정의 에피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15일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본사에서 신한솔 MD가 과일 소싱 과정의 에피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롯데마트]

그는 “MD는 ‘뭐든지 다한다’의 줄임말이라고 배웠다”며 “올 초 수박을 담당한 후 수도권을 제외하고 좋은 수박이 나오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고 말했다. 1박 2일 출장 거리만 1000㎞가 넘고, 하루에 찾은 산지만 8곳이 넘었다. 그는 “수박을 두드려 ‘통통’ 맑은소리가 나면 알맞게 익은 거고, 둔탁한 소리가 나면 과숙한 것”이라며 “수박 고르는데 도가 텄다”고 말했다.

매주 산지를 찾는 건 맛있는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를 찾기 위해서다. 대형마트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까지 가세하며 과일 수급 경쟁이 치열해졌다. 신 MD는 “소위 과일 바이어가 산지 농장에 ‘갑’이던 시절은 10년도 더 된 얘기”라며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좋은 과일을 찾을 수 없고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19년 토마토를 담당할 때도 열심히 산지 농가를 드나들다가 ‘쫀드기 방울토마토’를 찾아냈다. 농장주가 시험 삼아 재배 중이라며 건넨 방울토마토가 너무 달았다. 신 MD는 “거의 말라죽기 직전까지 물을 안 주는 건조 농법으로 당도를 끌어올렸다”며 “그 자리에서 전량 수매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만의 노하우와 기술로 고품질의 과일을 재배하려고 노력하는 농장주가 참 많다”며 “이런 도전 끝에 수확하는 과일을 찾고, 수급 확대를 도와주는 게 제 일”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신한솔 과일MD가 지난 4월 충남 부여의 토마토 농가에서 새벽 4시쯤 방울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요즘은 신선한 과일 수급을 위해 새벽 수확해 당일 마트로 출고하는 일이 많다.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신한솔 과일MD가 지난 4월 충남 부여의 토마토 농가에서 새벽 4시쯤 방울 토마토를 수확하고 있다. 요즘은 신선한 과일 수급을 위해 새벽 수확해 당일 마트로 출고하는 일이 많다. [사진 롯데마트]

지난 6월 충남 부여 수박 농가에서 재배한 시드리스 그린 수박과 대추방울토마토. [사진 롯데마트]

지난 6월 충남 부여 수박 농가에서 재배한 시드리스 그린 수박과 대추방울토마토.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아예 종자 업체(농우바이오)와 손잡고 농가 산지에 씨앗을 뿌려 직접 과일을 재배하고 판매하기도 한다. 작년 블랙위너 수박과 올해 시드리스(씨가 거의 없는) 그린 수박이 그 예다. 블랙위너 수박은 농우바이오가 자체 기술로 육성한 품종이다. 일반수박보다 겉면이 까맣고 당도가 높다. 처음에 10만~20만통을 팔다가 소비자 반응이 좋아 매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신 MD는 “한마디로 종자부터 다른 수박인 셈”이라며 “맛있는 과일을 찾을 궁리를 하다가 이런 종자를 개발하는 종묘사에 무턱대고 찾아간 적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는 “마트 과일 MD 명함만 내민다고 농장주·업체 등과 바로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며 “산지에서 며칠 밤낮을 같이 보내고 친해지면 슬쩍 새로운 과일이 있다고 귀띔해준다”고 했다. 과일 MD는 산지와 이런 신뢰 관계 때문에 한 번 맡으면 10년 정도는 계속 담당하게 된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과일코너 모습. [사진 롯데마트]

롯데마트 서울역점 과일코너 모습. [사진 롯데마트]

대형마트 과일 MD에겐 정해진 휴일이 따로 없다. 매월 두 차례 마트 정기휴무가 있지만, 지역마다 쉬는 요일이 달라, 산지 출고를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챙겨야 한다. 신 MD는 “요즘은 마트마다 초신선 경쟁이 치열하다. 전날 또는 새벽 수확한 과일을 익일·당일 출고하는 일도 많아 전화기를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휴대전화 두 대를 들고 다닌다. 인터뷰 도중에도 계속 전화가 왔다.

그에게 ‘언제쯤 여유가 생기느냐’고 물어보자 “과일팀에서 수박은 8·15 광복절에 만세를 부르면 끝낸다고들 하는데, 요즘은 늦더위도 오래 가 8월 말까지 수박이 나올 것 같다”며 “9월쯤 한숨 돌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추석 시즌엔 과일팀 전체가 바쁘고, 11월엔 신 MD 담당인 겨울 딸기 철이 돌아온다.

그는 “여름철 과일인 수박·복숭아가 마트에 모두 깔렸고, 앞으로 포도가 점차 많이 보일 것”이라며 “롯데마트 과일팀이 발로 뛴 결과물인 만큼 고객이 맛있게 드시길 바란다”고 웃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