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도로 까는데 4121억…韓서 가장 비싼 도로 만드는 男

중앙일보

입력 2021.07.10 08:00

업데이트 2021.07.10 08:29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도로를 까는 남자가 있다. 도로의 폭은 60m. 일반 도로 폭(3m 이상)의 20배 쯤이다. 도로 위 아스콘(아스팔트)은 90㎝ 두께로 깐다. 일반 도로(45㎝)의 두 배다. 길이 3750m, 너비 60m짜리 도로를 까는 데 총 4121억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축구장(7140㎡) 31개 크기다.

[잡썰18]인천공항 이동혁 에어사이드 토목팀장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인천국제공항 제 4활주로. 안전모를 쓴 이가 이동혁 팀장이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인천국제공항 제 4활주로. 안전모를 쓴 이가 이동혁 팀장이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주인공은 이동혁(56) 인천국제공항공사 에어사이드(Airside) 토목팀장. 그가 만드는 도로는 ‘활주로’다. 최근 완공된 인천국제공항 제 4활주로도 그의 작품이다. 활주로는 일반 도로와는 분명 다르다. 이 팀장은 9일 “비행기는 자동차보다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더 넓고 두껍게 도로 포장을 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큰 항공기인 A380 기종의 무게는 592t으로 버스의 30배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이 팀장은 인천공항 내에서 ‘활주로의 아빠’로 통한다. 활주로를 만드는 것은 물론, 수명이 10년가량인 활주로 포장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돌보기 때문이다. 국내에 그와 비슷한 일을 하는 활주로 건설자는 어림잡아 30여명이 있다. 활주로와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배운 그는 원래 지하철 건설현장에서 일했다. 우연히 본 신문 속 구인공고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영종도에 신공항을 짓고 있어 경력직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팀장은 1997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입사했고, 이후 제 1활주로를 시작으로 최근 완공된 제 4활주로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활주로는 없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인천국제공항 제 4활주로. 안전모를 쓴 이가 이동혁 팀장이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인천국제공항 제 4활주로. 안전모를 쓴 이가 이동혁 팀장이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활주로 다지는 데 '작은 산' 갈아넣어 

사실 활주로를 짓는 건 보통 60개월 가까이 걸리는 대공사다. 부지 조성에만 24개월, 시설 공사에는 36개월이 든다. 인천국제공항처럼 바닷가에 면해 있으면서 간척지가 활주로 부지에 포함된 곳은 물을 빼는 ‘배수 작업’에 공을 더 들여야 한다. 최근 완공된 4활주로의 경우 땅을 다지기 위해 700만㎥의 토사를 밀어 넣었다. 그는 “한 마디로 작은 산을 갈아 넣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활주로 공사에는 첨단 공법이 동원된다. 제 4활주로는 중앙부(폭 24m)를 ‘시공 이음(Cold Joint)’ 없이 한 번에 포장했다. 이음 부분을 없앤 덕에 활주로 손상도 줄이고, 품질도 높였다. 또 제 4활주로에는 인천공항공사가 자체 개발한 ‘사다리골 홈파기’ 공법이 적용됐다. 수막현상 방지와 미끄럼 저항을 높이기 위해 있는 활주로 위 작은 홈들을 기존의 직각 형태에서 사다리꼴로 바꿨다. 덕분에 ▶미끄럼 마찰력 20%, ▶배수 성능 9%, ▶내구성 25%를 각각 높였다.

활주로를 짓는 건 주변과 갈등을 줄이는 작업의 연속이다. 공사 소음과 관련한 민원도 쇄도한다. 그는 “최대한 인근 주민들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갈등을 풀었다”고 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귀가도 못하고 현장에 머무르는 일도 잦다. 수시로 돌발상황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온도에 민감한 아스콘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만큼 주변 기온까지 신경 쓰며 공사를 진행한다. 국내 한 공항은 기온 차 관리를 잘못해 기껏 지은 활주로에 금(크랙)이 생겨 이를 다시 갈아엎는 일도 있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이동혁 에어사이드 토목팀장.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이동혁 에어사이드 토목팀장.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껌 떼듯 활주로 타이어 흔적도 지워야 

활주로를 다 만든 다음 꾸준한 유지보수도 그의 숙제다. 거리의 껌을 떼듯, 활주로에 생긴 고무 자국을 떼는 일도 그의 몫이다. 비행기 한 대가 착륙할 때 활주로에 녹아 쌓이는 타이어 고무는 평균 0.4㎏에 달한다. 착륙 순간 약 300℃의 마찰열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무 자국은 고압의 물을 쏴 활주로에서 떼어낸다. 그런 다음 대형 진공청소기로 고무를 빨아들인다. 자동차 표지판처럼 항공기의 지상 이동을 돕는 표지(Marking)도 그가 관리한다. 활주로 내에는 총 40여 가지의 표지가 존재한다. 이중 가장 큰 표지는 ‘목표점 표지(Aiming Point)'다. 그 크기는 가로 10m, 세로 60m에 달한다.

가장 기쁜 순간은 역시 새 활주로가 완성할 때다. 그는 "지난달 17일 오전 05시, 제 4활주로에 첫 비행기가 착륙했던 순간을 잊지 못할 것 같다"며 "자식이 태어날 때처럼 기뻤다"고 했다. 제 4활주로 평가에 참여한 국내·외 항공사 소속 파일럿들도 "상당히 만족스럽다"며 합격점을 줬다. 이 팀장은 “공항은 결국 설렘의 공간이고, 그 공항을 상징하는 건 활주로와 계류장”이라며 “엔지니어로서 세계 최고의 활주로를 만들고, 이를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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