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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두부 1억모··…한국 두부 절반 책임지는 ‘두부 엔지니어’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오후 두부를 만드는 충북 음성 풀무원 2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열기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공장 안의 기온은 약 30도 안팎. 공장 바깥과 온도는 비슷했지만, 전신을 덮는 작업복에 머리카락을 덮는 위생모와 작업용 헬멧까지 쓰니 1분 만에 땀이 흘렀다. 곳곳에서 증기와 함께 고소한 두부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 눈에 보이는 곳마다 늘어선 컨베이어 벨트에선 수백 모의 두부가 옮겨지고 있었다.

[잡썰17] 풀무원 두부생산파트 노호준 선임조장

매년 풀무원 음성 공장에서는 1억모 이상의 두부가 만들어진다. 한 라인당 생산되는 두부는 3000모 내외. 음성 공장에는 일반 두부(경두부) 생산 라인 네 개와 가공 두부(연두부) 라인 한 개, 두부면 라인 한 개 등 총 6개 라인이 있다. 공장에선 생산기사 7명, 검수원 한 명이 한 조로 12시간씩 4조 2교대로 근무한다.

노호준(43) 음성두부생산파트 선임조장이 지난달 29일 충북 음성 풀무원 공장에서 생산되는 두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풀무원]

노호준(43) 음성두부생산파트 선임조장이 지난달 29일 충북 음성 풀무원 공장에서 생산되는 두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풀무원]

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주인공은 노호준(43) 음성두부생산파트 선임조장이다. 노 조장은 2003년 생산직으로 풀무원에 입사해 15년째(휴직 기간 제외) 두부를 만들고 있다. 170여 가지의 두부 생산 공정을 관리·감독하는 건 물론이다. 두부가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검사하고, 공장 기계 설비를 수리하는 업무도 해 사내에선 ‘두부 엔지니어’ ‘두부 마이스터(장인)’로도 불린다.

경두부 한 모가 만들어지는 데는 21시간 정도가 걸린다. 우선 두부 종류에 따라 해외나 전국 각지에서 크기·수분 등 300여 가지가 넘는 기준을 통과한 콩을 선별해 가져온다. 가져온 콩은 세 번 세척해 약 16시간 동안 불리고, 마쇄기에 간 뒤 고온 가열해 두유와 비지로 분리한다. 이후 두유에 응고제를 넣으면 순두부가 만들어진다. 순두부를 다시 부숴서 압착한 뒤 자르면 우리가 흔히 보는 네모난 모양의 두부가 탄생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두부는 살균된 물과 함께 용기에 담기고, 두 차례의 이물질 정밀 검사와 약 세시간 반 동안의 열탕·냉각 과정을 거친다. 이후 섭씨 5도 이하의 냉장창고에서 저온 숙성된 두부는 24시간 이내에 전국 매장으로 유통된다.

“한 공정만 잘못돼도 생산 라인 전부 멈출 수 있어”

풀무원 충북 음성 두부 공장에서 두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영상 풀무원]

풀무원 충북 음성 두부 공장에서 두부가 만들어지고 있다. [동영상 풀무원]

노 조장의 일과도 두부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출근하면 그는 일단 두부 생산 공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본다. 그는 “두유 농도는 당도계로 측정했을 때 11브릭스(Brix, 당도를 측정하는 단위) 정도가 돼야 한다. 철제 자로 찔러 잘 들어가는지를 보고 응고 상태를 확인하고, 절단된 두부가 규격에 맞는지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노 조장은 “한 공정만 잘못돼도 그 생산 라인 전부가 멈출 수 있다”며 “특히 두부를 자르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어긋나는 경우가 많은데, 두부 모양이 이상해져 몇 시간 동안 만든 두부 수만 모를 버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공장 한편에 위치한 실험실에선 가로·세로·높이 각각 3㎝로 자른 두부가 어느 정도의 압력을 가해야 부서지는지 측정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었다. 노 조장은 “두부의 경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단한 두부는 만들기 쉽다.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는 두부를 만드는 게 어렵다. 그러려면 좋은 콩으로 뽑아낸 양질의 두유를 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료가 좋으면 눈으로 보기만 해도 두유에서 윤기가 흐른다. 냄새도 굉장히 고소하다”며 “반대로 안 좋은 콩을 쓰거나 가열이 제대로 안 되면 풋내나 비린내가 난다. 두유 가열 조건을 얼마나 잘 조절하느냐가 두부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1만㎡ 규모의 두부 생산 설비 공장

노호준 음성두부생산파트 선임조장. [사진 풀무원]

노호준 음성두부생산파트 선임조장. [사진 풀무원]

음성 공장은 약 1만㎡ 규모다. 풀무원은 국내엔 음성과 경남 의령, 강원 춘천 세 곳에, 해외엔 미국·중국·일본 3개국 11곳에 두부 공장을 두고 있다. 노 조장은 생산직 중 최고 직급으로서 1년에 한두 번은 최소 30일에서 최장 90일까지 미국 공장으로 출장을 가 현지 생산 공정을 감독하고 지도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부드러운 두부를 많이 접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육류를 많이 섭취하다 보니 단단한 두부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풀무원의 두부 매출은 약 5000억원이다. 이중 해외 매출은 약 2000억원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풀무원은 국내 두부 시장에서 46~47%의 점유율을 보인다.

“두부를 만드는 건 늘 새롭습니다. 두부면 등 새로운 제품도 늘었고, 스마트글라스를 활용해 원격 설비 점검을 하거나 생산수행시스템(MES)을 도입해 공장이 디지털화되는 등 일하는 방식도 많이 바뀌었죠. 앞으로 세계 각지에서 두부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후임들을 기르는 데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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