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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아닌데 팔로워 80만…그 女파일럿이 숨막힌 순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할리우드 스타보다 인기 많은 파일럿들이 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얘기다. 팔로워 숫자가 80만에 육박한 패트릭 비덴카프, 아나스 아미레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 파일럿이라는 특수성을 십분 활용해 유튜브에서도 활약 중인 아미레는 “내가 방문하는 나라마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은 몰라도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스타 파일럿들의 이야기를 CNN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15일 인스타그램에서 파일럿 관련 게시물이 840만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15일 인스타그램에서 파일럿 관련 게시물이 840만개에 달한다. 인스타그램 캡처

파일럿 지망생들의 ‘로망’…“女 파일럿 5%뿐”   

인스타그램 유저들은 왜 파일럿에 열광할까. 전용 제트기 조종사 레이몬 코헨은 ‘신비주의’를 꼽는다. 9ㆍ11테러 이후 보안 정책이 강화되면서 일반인의 조종석 출입은 금지됐는데, “인스타그램은 비행기 안(조종석)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나를 팔로우하는 건 내가 파일럿이기 때문이지, 내가 반바지 입고 바비큐 굽는 모습을 보려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항공기가 연착하는 6가지 이유’ 같은 비행 상식이나 일상을 공유한다. 파일럿 지망생들의 멘토 역할도 한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업계가 어려운데 비행학교에 등록해야 하느냐”는 상담이 많아졌다. 코헨은 “2~3년 안에는 (항공업황이) 더 나아지겠지만, 지금은 항공 훈련을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는 아니다”라고 답한다. 네덜란드 여성 파일럿인 미셸 구리스 역시 “목표 달성에 있어서 적절한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제가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여성 파일럿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구리스는 27만 팔로워 중 대부분이 남성이라면서 “파일럿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소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52만 팔로워를 거느린 스페인 출신 마리아 파거스트롬은 “사람들은 여전히 여성 조종사를 신기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전체 조종사의 95%가 남성인데, 여성 파일럿의 모습을 자주 보면 여자아이들도 파일럿을 꿈꾸게 될 것”이라면서 “성 격차 해소를 위해 꾸준히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게시물은 신중해야…악플로 상처도  

멋지고 화려해 보이지만, 스타 파일럿의 삶은 쉽지 않다. 보안이 생명인 항공업계 특성상 소셜미디어 노출 문제에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특히 항공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다. 대부분 항공사는 소수 파일럿을 제외하고 소속 회사를 공개할 수 없도록 한다. 더 자극적인 게시물을 올리면 인기를 더 끌 수 있지 않을까. 구리스는 “부업을 위해 본업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부지런해도 거의 매일 게시물을 올려야 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파거스트롬은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콘텐트를 게시해야 하기 때문에 온전히 쉬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게시물을 매일 올리지 않으면 알고리즘 상 (노출이 줄어) 손해”여서다. 그는 “(인기나 관심이 줄면) 내가 충분히 창조적이고 생산적이지 못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많은 인기 만큼 상처도 적잖게 받는다. 아미레도 초창기엔 “사진 그만 찍고 비행기 조종이나 잘하라”는 악플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항공사에 그를 고발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인플루언서로서 악플도 피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 된다”고 했다. 여성혐오 메시지를 종종 받는다는 파거스트롬은 “처음엔 애써 무시하고 피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화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꾸준히 대중 앞에 나서는 이유는 뭘까. 구리스는 “파일럿뿐 아니라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아미레는 인스타그램에서 경험한 ‘최고의 순간’으로 이 말을 들었을 때를 꼽았다. “당신이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당신 때문에 파일럿이 됐거든요.” 아미레는 “그 순간 (너무 좋아) 숨이 막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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