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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탈출"하고 하이커우로 몰리는 中 젊은이들

중앙일보

입력 2021.07.16 16:17

지난주 월요일 하이커우에 정착 후 후커우(호적) 신청을 위해 하이커우시 공안국에 갔습니다. 아침 9시에 도착했을 땐 줄을 서 있는 사람이 이미 30명이 넘었습니다.

지금 하이난(海南) 성 하이커우(海口)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주요 면세점을 제외하면 아마도 공안국일 것이다.

하이커우 호적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중신왕

하이커우 호적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 ⓒ중신왕

중국 국영 CCTV는 "지난 3월부터 하이난성 하이커우시 공안국에 매일같이 하이난성 후커우를 신청하거나 관련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려 석 달 전에 하이난성 후커우를 신청한 사람들도 현재 승인을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4일 하이커우시 공안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5일부터 2021년 6월 14일까지 1년 동안 하이커우 후커우를 취득한 인원은 64,673명으로 전년 대비 329% 증가했다.

연간 평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일 258명의 사람이 하이커우에 정착한 셈이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하이커우를 찾을까.

중국의 후커우(호적) ⓒ바이두

중국의 후커우(호적) ⓒ바이두

중국 본토에서 바다 건너 떨어져 있는 하이난성의 지역 인구 40%는 농업에 종사한다. 나머지는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또 인구 대부분은 노인층으로, 은퇴 후 하이난에 부동산을 구입해 정착한 사람들이다. 고급인재나 하이테크 기술인력이 다른 지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하이커우에 이주 붐이 일게 된 건 지난 2018년 4월, 하이난성 자유무역항 구축 계획 발표 이후부터다.  

자유무역항 구축 발표 이후 하이난성은 수입 무관세, 세금 감면, 외자 기업 유치 등 국가적인 지원책을 발표했다.

뒤이어 ‘하이난 자유무역항 중점 투자유치 임무 리스트’를 발표하며 "대규모 투자유치 사업"을 벌였다. 투자유치 대상은 글로벌 500대 기업, 글로벌 업종별 선두 기업, 유명 브랜드 기업으로 맞춰졌다.

중국 하이난성 자유무역항 ⓒ신화통신

중국 하이난성 자유무역항 ⓒ신화통신

중국교통건설, 중국철로공정총공사 등 중국 중앙 국유기업이 대규모로 포함됐으며 미국 투자회사인 버크셔헤서웨이, 뉴욕증권거래소, 런던증권거래소, 도쿄증권거래소 등 금융 기업도 포함됐다. 이 밖에 알리바바·바이두·넷이즈·구글 등 중국 국내외 IT 기업도 투자 유치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하이난성 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난성에 신규 증가한 사업자 수는 31만 200곳으로, 전년보다 31% 증가했다. 특히 신규 등록된 기업 수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14만 900곳에 달했다.

하이난성은 투자 자금뿐만 아니라 인재 유치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하이난성 정부는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이 발표되자마자 '100만 인재 유치를 위한 행동계획(2018~2025년)'을 가동했다.

전문대 이상 졸업자, 중급 이상 기술자는 외지인이라도 누구나 쉽게 하이난성 후커우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물론, 우수 해외 인재에 최대 5년간 체류할 수 있는 취업비자를 부여했다.

고급인재에 최대 5000위안 월 임대료 지원, 8년 근무 시 정부 지원 아파트 지분 100% 소유 가능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신화통신

ⓒ신화통신

하이난 인재발전국은 또 지난 2년간 후커우 취득, 주택 구매, 차량 구매, 자녀 취학, 배우자 취업 등 방면에서 지원책을 내놓았다.

같은 해 하이커우의 신규 등록 인구는 66,000명으로 2017년보다 25,000명이 증가했으며 싼야의 신규 등록 인구는 2017년보다 13,000명이 증가한 22,000명으로 집계됐다.

하이커우로 이주한 사람들은 주로 "젊은 인재"

젊은이들을 향한 달콤한 유혹에 특히 해외 귀국자, 석사, 변호사 등 고학력의 젊은이들이 하이커우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약 3년간 하이난성 후커우를 취득해 정착한 인재는 모두 20만 8000명으로, 그 이전보다 65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중국법률 일간지에 따르면 하이난성은 22일 만에 8118명을 유치했으며, 해당 기간 이주한 인재 중 동북 3성 인구의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산둥-허난-허베이 등지의 사람이 뒤를 이었다고 보도했다.

2018년, 지린(吉林) 출신의 정먀오(鄭?) 씨는 하이난성에서 추진하는 인재 등용 신정책이 실시된 후 하이커우시에서 발급한 첫 번째 ‘전입 허가 증명서(準予遷入證明)’를 받았다. ⓒ인민망

2018년, 지린(吉林) 출신의 정먀오(鄭?) 씨는 하이난성에서 추진하는 인재 등용 신정책이 실시된 후 하이커우시에서 발급한 첫 번째 ‘전입 허가 증명서(準予遷入證明)’를 받았다. ⓒ인민망

주요 연령대를 보면 90년생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베이징 출신의 90년생 장 씨는 2020년 8월 호적을 하이커우로 옮겼다. 장 씨는 "하이커우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 하이커우에 위치한 회사에 이직을 위해 호적을 옮겼다. 교통 체증과 물가, 직장과 연봉 등을 고려하면 베이징보다 하이커우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2020년 스페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95년생 리 씨는 "부모님이 하이커우에서 사업을 하셔서 거의 제2의 고향으로 여겨진다"며 "하이난이 자유무역항을 건설하고 있어 취업이나 부동산 등 이곳에 정착할 이유가 많다"고 전했다.

ⓒ바이두

ⓒ바이두

중국은 올해 정부 업무 보고에서 하이난 자유무역항 건설 계획을 두 차례나 언급했을 정도로 중요히 여기고 있다. 하이난성에 돈과 사람이 몰리는 데에는 그만큼 정책적 지원이 배경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오늘날 하이난성의 모습은 마치 돈과 사람이 몰렸던 1950년대 홍콩, 1980년대 선전과 겹쳐 보인다. "외지인이 많이 유입되면 현지 의료, 교육, 주택 등 방면 공공 인프라와 현대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전문가가 대다수다.

중국 정부의 관심이 자못 특별해 보이는 하이난성. 제2의 홍콩, 선전이 될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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