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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와 청소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작년에 이상구 신드롬이란게 온통 어른들 사회를 뒤흔들어 놓더니 요즘은 주아무갠가 하는 홍콩배우 신드롬이 청소년층에 널리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모처럼 TV를 틀어보면 요란한 광고에 낯선 모델들이 나와 이상한 몸짓과 말씨로 상품을 선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말도 아니고 서양말도 아닌 괴상한 억양으로 『싸랑애요』(사랑해요)등을 외어대는 이들 외국 모델을 보고 있노라면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이 모델들은 주로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홍콩배우들인데 바로 그 배우들이 출연하는 홍콩영화가 요즘 대량으로 수입돼 국내 영화시양을 잠식하고 있다.
홍콩영화란 어떤 것인가. 작품성이라곤 눈꼽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저질 오락영화다. 말이 오락영화지 괴상망측한 동작의 권법에 각종 총기류까지 가세, 살인과 폭력이 난무하는 액션물이 아니면 황당무계한 괴기물이 거의 전부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폭력을 미화한 이들 저질의 영화가 대부분 청소년들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로 되어 있고 실제로 관객의 태반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10월말 현재 공륜의 심의를 마친 외화는 모두 1백 93편인데 그중 홍콩영화가 66편으로 미국영화 60편을 앞지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연말까지는 적어도 80편 이상 들어올 전망이기도 하다.
홍콩영화가 이처럼 극장가를 휩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수입가가 싼데다 청소년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한국시양의「독점」을 노리는 UIP등 미국의 직배회사들이 장사가 되는 좋은 작품을 선뜻 내놓지 않는데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영화제작·수입업자들의 우리 문화에 대한 자각과 청소년문제에 대한 사명의식이다.
대부분의 한국영화는 성인취향의 에로물이라 청소년들이 볼래야 볼 영화가 없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취향에 편승, 폭력물을 마구잡이로 들여오는 것도 지양해야할 일이지만, 이런 저질의 폭력영화를 청소년관람가로 내놓는 것도 문제다.
최근 우리영화는 세계의 여러 영화제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 역량과 성의를 가지고 청소년들이 마음놓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도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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