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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매립지 대안 못찾자, 정부 “쓰레기 줄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해 9월부터 서울·인천·경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수도권매립지공사]

지난해 9월부터 서울·인천·경기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 [수도권매립지공사]

정부가 2차 공모에서도 수도권 대체 쓰레기 매립지를 설립할 지자체를 찾지 못했다. 지난 1~4월의 1차 공모에 이은 두 번째 실패다. 환경부는 대안으로 수도권 매립지 내 쓰레기 반입량 감축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공모도 신청 지자체 전혀 없어 #환경부, 생활폐기물 등 줄이기 대책 #전문가 “현 매립지 사용연장 설득을”

11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진행된 수도권 대체 매립지 2차 공모에 단 한 곳의 지자체도 지원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수도권 대체매립지 공모를 시작하면서 지자체에 3조 3000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새 매립지를 설립하는 지자체는 일시금 6700억원, 장기지원금 2조63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액의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공모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연 설명회에 수도권 지자체 41곳이 참석했지만, 어느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설명회가 끝난 이후 단 한 건의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수도권 매립지를 29년간 운영해온 인천시는 그동안 “재공모를 해도 성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해왔다. 지난 5월 박남춘 인천시장은 “대규모 지상매립에 소각시설 등 부대시설까지 집적시키는 방식을 원하는 지자체는 어디에도 없다”며 “쓰레기는 발생지에서 각 지자체가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현재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는 1992년 지어져 지금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폐기물을 처리하고 있다. 용역 결과 등에 따르면 이 매립지는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27년에는 포화 상태가 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새 매립지를 찾는 데 실패한 환경부는 3차 공모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내놓은 대책은 수도권 매립지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 9일 환경부는 대형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건설폐기물 반입을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건설폐기물은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는 폐기물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건설폐기물 반입을 금지하면 전체 반입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생활폐기물 유입량도 줄일 계획이다. 환경부는 2026년부터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하지 못하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지난 6일 공포했다. 종량제 봉투에 담긴 쓰레기를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태운 소각재만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방안을 통해 수도권 매립지로 반입되는 생활폐기물의 규모를 현재의 10~20%로 줄일 수 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 반입량을 줄이기 위해 직매립을 축소하거나 소각장 등 인프라를 늘리는 것은 대체 매립지 문제와 관계없이 나아가야 할 당연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대표는 “구체적인 후속 대책 시나리오도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금지한다 해도 서울시 기준 하루 1000t 이상의 쓰레기를 해결해야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홍수열 소장은 “반입량을 줄이겠다는 대책은 2016년에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며 “현재 매립지를 더 쓸 수 있도록 인천시민들을 잘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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