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청소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해 “피해자 코스프레가 역겹다”는 게시글을 페북에 올렸다 비공개로 전환했던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10일 이를 다시 공개로 전환하고 자신의 글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구 학생처장은 '피해자 코스프레가 역겹다'는 부분에 대해 “정치권을 두고 한 말이다. 당연히 유족분들이나 다른 청소노동자분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라며 “일부 언론에서 그렇게 보도하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가 다시 공개한 원문을 보면 “이재명 이분 얘기를 다룬 기사를 제 손으로 옮기긴 싫지만 저도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와 한마디 하겠다”라며 “이 또한 어떤 분들께는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지금 너무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에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달라. 필요하면 법원 등에서 그 시시비비를 가리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 역겹다. 언론에서 마구잡이로 유통되고 있는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항변했다.
또 고인이 “청소 노동자 분들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성실한 분들 중 한 분이셨고 종교적으로도 신실한 분”이었다며 “업무 필기시험에서도 1등을 하셨고 드레스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인의 동료들은 서울대 안전관리팀이 평소 청소 노동자에게 업무와 상관없는 건물명을 영어와 한자로 쓰게 하는 필기시험을 치른 뒤 점수를 공개하고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는 갑질을 해왔다고 밝혔다. 필기시험에는 조직이 생긴 연도, 건물 명칭을 영어와 한자로 쓰라는 것 등이 있었다.
또 동료들은 팀장이 매주 수요일 오후 열리는 회의에 정장 또는 남방에 멋진 구두를 신고 참석할 것이라는 드레스 코드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구 학생처장은 자신의 페북 게시물에 대해 “온갖 억측과 오해가 난무할 것임을 알면서도 이글을 올린 핵심적 취지는 아무리 돌아가신 분의 사정이 안타깝더라도 그리고 유족의 사정이 딱하더라도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일방적 주장만으로 또 한 명의 무기 계약직 노동자인 중간 관리자를 가해자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미 당사자는 심리적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으며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한 2차 피해를 꼭 막고 싶다”고 했다.
한편 숨진 청소노동자가 근무했던 서울대 기숙사(관학학생생활관)는 남성현 기획시설부관장 명의의 공지를 통해 “민노총이 몇몇 다른 위생원 선생님과 유족을 부추겨 근무환경이 열악하다, 직장 내 갑질이 있었다 등 사실관계를 왜곡하면서까지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며 “편파적으로 보도돼 생활관은 물론 서울대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남 부관장은 “안타깝고 슬픈 사고지만 그렇다고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스스로의 자리에 누구보다 충실했던 한 사람을 억지로 가해자로 둔갑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대학본부와 생활관은 산재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그동안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개선하겠다는 기본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검토해 해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 8일 총장 직권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하기로 했다. 갑질 논란을 빚었던 안전관리팀장은 조사 기간에 청소노동자 관리 업무 대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업무를 맡는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앞서 “노동자의 안전, 업무와 무관한 단정한 복장 요구, 직무에 불필요한 시험 실시 등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행태”라며 “직장 내 괴롭힘이나 산업재해 여부를 판정할 공동진상조사단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