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이름 영어로 써봐" 이렇게 청소노동자 모욕한 서울대

중앙일보

입력 2021.07.07 18:54

업데이트 2021.07.07 22:46

서울대학교 정문 자료사진.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정문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대에서 기숙사 건물 관리를 담당하던 환경미화원 이모씨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해 당시 이씨를 비롯한 미화원들이 대학 측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이 7일 나왔다.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이 미화원들을 상대로 건물 이름을 영어로 쓰도록 하는 시험을 보는 등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했다는 폭로다.

숨진 기숙사 미화원, 남편 신고로 발견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이모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씨의 죽음은 '사회적 죽음'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씨는 지난달 27일 오후 11시께 남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의해 여학생 기숙사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 사망 뒤 노조는 동료 환경미화원 등을 상대로 면담 및 설문조사를 했고, 지난달 1일 새로 안전관리팀장으로 부임한 배모씨의 '갑질'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배씨는 현장 노동자를 총괄 관리하는 인사로, 노조가 주장한 배씨의 갑질 행태는 ▶회의시 볼펜·수첩 미지참 인사평가 감점 1점 ▶작업복으로 회의 참석시 감점 1점 ▶건물 이름 영어·한문 필기시험 실시 및 점수 공개 등이다.

"필기시험 점수공개…모욕이었다"

배씨가 낸 필기시험 문제는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시오', '기숙사 919동의 준공연도', '우리 조직이 처음 개관한 연도는' 등이었다고 한다. 청소 업무와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배씨는 이 시험의 결과를 다음 회의 시간에 다른 미화원들이 보는 앞에서 공개했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청소노동자는 "예고 없이 갑자기 시험을 봤는데, 동료들 앞에서 점수가 공개돼 창피를 당했다"라며 "갑작스럽게 당혹스럽고 자괴감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 측이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기시험 자료사진. '건물 이름'이나 '준공일' 등 청소작업과 무관한 문제가 포함돼 있어 미화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서울대 측이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기시험 자료사진. '건물 이름'이나 '준공일' 등 청소작업과 무관한 문제가 포함돼 있어 미화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서울대 측이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기시험 자료사진. '건물 이름'이나 '준공일' 등 청소작업과 무관한 문제가 포함돼 있어 미화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서울대 측이 환경미화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필기시험 자료사진. '건물 이름'이나 '준공일' 등 청소작업과 무관한 문제가 포함돼 있어 미화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사진=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제공]

특히 노조에 따르면 이씨가 숨지기 약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 기숙사 행정실장, 부장 등 3~4명으로 구성된 인원이 청소 상태를 검열하겠다는 공지가 내려왔다고 한다. 이 검열은 배씨가 팀장으로 오기 전에는 없었던 것으로, 미화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시달렸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검열이 시작되자 이씨의 한 미화원 동료는 노조 측에 이씨가 숨지기 며칠 전부터 '힘들고 얼굴이 많이 지쳐 보였다. 계속 멍해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노조는 "산재 사망 사고의 진짜 주범은 청소 노동자를 하대하고 갑질하며 겉보기식 조사와 엉터리 대책으로 그리고 청소 노동자들의 죽음에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서울대"라며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후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대 측은 "산재 조사가 시작되면 서울대가 지원할 수 있는 건 충분히 지원할 예정"이라며 "청소 미화원 근무 환경의 부족한 점을 검토하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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