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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겹다" 글 삭제한 서울대 처장…"청소노조 갑질 코스프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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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현재는 삭제됐다. 페이스북 캡처

구민교 서울대 학생처장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현재는 삭제됐다. 페이스북 캡처

서울대 학생처장이 "역겹다"는 거친 표현을 포함해 ‘(서울대 청소 노조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그만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행정대학원 교수인 구민교 학생처장은 10일 중앙일보에 이와 관련, “사실관계나 전후 사정과 관계없이 노조가 만든 갑질 프레임의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개인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면서도 “역겹다는 표현은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 처장은 이어 “역겹다는 대상은 청소 노동자분들이 아니라 이재명 지사께서 사망 노동자 언급한 기사를 보고 정치권에서 (이 사안을) 그렇게 유통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이기도 한 이 지사는 앞서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대 청소 노동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고인이) 삐뚤삐뚤 쓰신 답안지 사진을 보며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온다”고 적었다.

구 처장은 이에 대한 반박 성격으로 이튿날인 9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렸다. 그는 당시 “저도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올라와 한마디 하겠다”며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이 역겹다”며 “‘악독한 특정 관리자’ 얘기는 모두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어떤 분들께는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지금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적었다.

문제의 시험 “모욕감 주기 위한 갑질 코드 아냐”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구 처장은 또 서울대 측이 청소노동자들에게 관악사 명칭을 한자 및 영어로 쓰는 시험을 치게 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관악사는 1300여명의 외국인 학생이 상주하고 그중 500명 이상은 중국 유학생들로 현장 근로자들이 외국인을 응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관악사를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현재 자기가 있는 곳이 관악 학생생활관이 맞는지를 메모 또는 휴대폰 메시지로 묻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응대를 하지 못해 (근로자들이) 당혹감이나 창피를 느꼈다는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리팀장 입장에서는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직무교육에 포함했던 것이고 관악사 명칭 외 영어, 한자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고인이 이 시험의 부당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심근경색이 왔다는 여론에 대해 구 처장은 “고인은 그 업무 필기시험에서도 1등을 했고 드레스 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험의 경우 직무교육 과정에서 2차례 이뤄졌는데 일부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있어 더는 시행하지 않았다”며 “지속해서 근로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갑질 코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드레스코드 조치의 경우 “3시 30분에 시작하는 업무 회의 후 이분들이 바로 퇴근하시라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오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노조 개입 후 일 엉뚱하게 흘러”

지난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열린‘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조합원 사망 관련 서울대학교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이 청소 노동자가 본 시험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구 처장은 “처음 유족분들의 뜻은 이 일이 엉뚱하게 커지지 않는 것이었다고 믿는다”며 “노조가 개입하면서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조가) 현재의 객관적인 사실관계만으로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억지로라도 산재 인정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학교의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고, 바로 그 지점에서 ‘중간 관리자의 갑질’ 프레임에 좌표가 찍혔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돌아가신 분의 사정이 안타깝고 유족의 사정이 딱하더라도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엉뚱한 사람을 가해자로 만들 수는 없다”며 “그 ‘중간 관리자’는 얼마 전에 우수 직원으로 학교의 표창까지 받은 분”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서울대, 청소 노동자 죽음에 무책임으로 일관”

앞서 청소 노동자 이모씨는 지난달 26일 교내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주노총 전국일반노동조합은 7일 오후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학교 청소 노동자 이모 조합원 사망 관련 오세정 총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노조는 “산재 사망 사고의 진짜 주범은 청소 노동자를 하대하고 갑질하며 겉보기식 조사와 엉터리 대책으로 그리고 청소 노동자들의 죽음에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는 서울대”라며 “조합원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사후 청소 노동자들을 위한 예방 대책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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