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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서 밥 먹는 나라"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후 청원 폭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6일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 내 휴게실의 모습. 뉴시스

지난달 26일 숨진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근무하던 925동 여학생 기숙사 내 휴게실의 모습. 뉴시스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근무하던 50대 여성이 지난달 26일 교내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가운데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등록된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서울대 청소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10만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날 오전 6시 기준 청원 참가자는 12만7000명이다.

청원인은 "청소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동안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만 간헐적으로 지적됐다"며 "이제는 하루 이틀 분노하고 슬퍼하다가 흩어지는 것 이상의 논의가 있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친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열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고 '노동존중 사회로 가겠다는 정부 의지'를 밝힌 바 있다"고 언급했다.

청원인은 "휴식권 그것도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식사와 용변은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라며 "시민이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나라에서 선진국이며 자부심이며 4차산업이 다 무슨 소용이냐"고 했다.

이어 "휴식권 보장을 법적인 의무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기업은 굳이 자발적으로 추진할 동기가 없다"며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에서 식사하지 않도록 휴게공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것을 의무화해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이달 21일 마감되며, 기한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얻을 수 있다.

한편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전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청소노동자가 평소 '직장 내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고인은 지난달 1일 부임한 관악학생생활관(기숙사) 안전관리 팀장 등 서울대 측의 부당한 갑질과 군대식 업무 지시, 힘든 노동 강도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고인의 사인은 급성심근경색 파열이다.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유족과 함께 산업재해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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