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월호 공간 26일 철거'…"吳, 세월호 지우기" 반발

중앙일보

입력

세월호 참사 7주기인 지난 4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기억공간을 찾은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설치돼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을 이달 말까지 철거하기로 하자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전임 시장 때 결정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때 결정된 일"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에 세월호 기억공간을 26일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21~25일 기억공간에 있는 사진과 물품 등에 대해 자체 정리를 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이에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4·16연대)'는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은 시민들의 것임에도 서울시의 일방적 철거 통보는 세월호 지우기라 판단된다"고 반발했다.

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임시 이전할 수는 있지만,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존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시는 새롭게 조성되는 광장은 구조물이 없는 보행광장으로 기억공간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시는 이번 결정은 전임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결정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기억공간은 박원순 전 시장 때인 2019년 4월 처음 설치할 때부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개시될 때까지만 한시 운영하기로 했다"며 "지난해 여름 재구조화 일정이 구체화된 이후에도 유가족들과 7차례 만나 이 점을 설명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철거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 시정 변화에 따른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해석에도 선을 그었다. 광장 조성 이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식수나 표지석 설치를 시가 제안했으나 이를 유족 측이 거절했다면서다.

2019년 4월 15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한 유가족이 당시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사진을 만져보고 있다. 뉴스1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의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공문에 반발하는 입장문을 냈다. [페이스북 캡처]

박주민 "박근혜 정부 오점 감추려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세훈 시장님, 결국 '세월호 지우기'부터 하시는 건가"라며 "지난 4월 세월호 7주기에는 분명 '끊임없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고 업그레이드해가며 미래를 준비'하자고 하지 않으셨느냐. 그런데 갑자기 '광화문 세월호 기억공간'을 대안없이 철거하겠다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혹시 박근혜 정부의 오점부터 일단 시민들 눈에 안 띄게 만들자는 심산 아닌가"라며 "세월호 가족분들은 광화문 공사 기간 중 임시 이전에도 찬성했고, 공사 종료 후 기억관 설치 위치 등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그럼에도 오세훈 시장님은 면담조차 받아주지 않고, 대안도 없이 일방적인 철거 통보만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남겨진 유가족의 아픔을 기억공간 철거로 또다시 상처 내선 안 된다. 지친 국민께 무거운 짐을 더하지 말라"고 적으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