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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생태계 지원에, 폐전지 재활용까지…'K-배터리'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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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차전지를 반도체 같은 신성장 먹거리로 키우는 정부 첫 종합 대책이 나왔다. 대규모 기술개발(R&D) 지원과 소재 공급망 확보,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구축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규모 R&D로 차세대 기술 확보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충청북도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에 앞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충청북도 청주시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에서 열린 'K-배터리 발전전략 보고'에 앞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8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오창 제2공장 부지에서 '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장혁 삼성SDI 연구소장, 이장원 SK이노베이션 연구원장 등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향후 10년은 세계 배터리 산업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다시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라며 “독보적 1등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지금부터 민관 역량을 집중해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2차전지는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2030년까지 2차전지 민간투자 금액은 총 40조6000억원인데, 이 중 절반인 20조1000억원이 R&D 투자에 집중해 있을 만큼 비중이 크다.

이번 대책도 대규모 R&D를 통한 차세대 기술 확보에 집중했다. 우선 정부는 2차전지 시장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오는 2027년, 리튬황과 리튬금속 배터리는 각각 2025년과 2028년에 시장에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파크’를 구축해 핵심 소재·부품·장비 요소기술 확보도 함께 추진한다.

또 2차전지 핵심기술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파격적 세제 지원을 준다. 국가전략기술로 선정되면 R&D는 최대 40~50% 시설투자는 최대 20%까지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또 배터리 제조 3사와 정부가 800억원 규모 혁신펀드를 조성해 중소·스타트업 R&D도 지원한다.

원자재 확보 총력…폐배터리 수출도 제한

기술 확보뿐 아니라 공급망 확보와 인프라 및 생태계 구축에도 나선다. 2차전지는 전체 가격에서 소재·부품이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지만, 대부분 원재료가 해외에 있어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우선 정부는 자금지원 등을 확대해 민간의 해외 자원 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수급 우려 소재인 코발트 비축량도 기존보다 2~3배 늘린다.

2030 이차전지 산업 (K-배터리) 주요 내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30 이차전지 산업 (K-배터리) 주요 내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기존 배터리를 재활용해 원재료를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장이 성장하면 필연적으로 폐배터리 발생이 늘어난다. 2차전지에 쓰이는 희귀 금속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를 회수하면 해외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중고 전기차 수출 시 인증절차를 신설해 재활용 가능한 고성능배터리 해외 유출을 막는다. 전국 4개 권역에 폐배터리 거점수거센터를 구축하고, 운송 보관 기준도 올해까지 환경부가 마련할 예정이다. 2차전지 관련 석·박사급 인력을 기존 50명에서 150명으로 3배 확대하는 등 매년 1100명 이상 전문인력도 배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규제 특례를 적용받은 배터리 대여 시범 사업도 올해 본격 시행한다. 2차전지를 빼고 전기차를 산 뒤 배터리만 따로 대여해 쓰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보조금을 포함해 차량 구매 가격이 지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대부분 민간서 이미 진행…"광산 매각과 모순" 비판도 

정부가 처음 2차전지 산업 종합 발전 계획을 내놨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대책 대부분이 민간사업을 종합한 수준에 그쳐 새로운 것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배터리 재활용과 대여는 이미 과거에 발표했거나, 민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국가전략기술 R&D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도 앞서 ‘K-반도체 전략’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혔던 내용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2차전지 자국 투자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빼앗기는 투자와 인력을 어떻게 하면 국내에 유치할지에 답을 내놓는 게 정부가 할 일”이라며 “민간에서 하던 사업을 종합해 보여주는 것을 발전 전략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했다.

최근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주요 핵심 소재의 해외 원자재 확보가 중요해 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포스코가 30% 지분을 확보한 호주 레이븐소프사의 니켈광산 전경. 포스코

최근 2차전지 시장이 커지면서 주요 핵심 소재의 해외 원자재 확보가 중요해 지고 있다. 사진은 최근 포스코가 30% 지분을 확보한 호주 레이븐소프사의 니켈광산 전경. 포스코

2차전지 원자재 확보 등 공급망 안정 대책이 기존 정부 정책과 상충한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최근 사업성을 이유로 이명박 정부 시절 확보했던 해외 광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차전지 핵심 소재가 있는 곳들이다.

강천구 인하대 초빙교수는 “자원 개발은 20년 이상 하는 장기 투자라 근시안적인 잣대로 사업성을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 “2차전지 발전에 원자재 확보 필수이기 때문에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이라도 해외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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