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노총 집회' 못막은 靑 "집회 가능하단 이완된 분위기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 3일 서울 시내에서 강행된 민주노총의 대규모 불법집회와 관련 “(노동계 등에서)이쯤 되면 집회 같은 것은 해도 되지 않느냐라는 분위기가 좀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조금 이완돼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5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이 강행한 집회에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야외 행사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일관되지 못하고 민주노총 집회에만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 두 번째)이 5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이 강행한 집회에 정부의 강력 대응 방침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야외 행사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이 일관되지 못하고 민주노총 집회에만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그는 민주노총이 예고한 도심 불법집회가 강행된 것에 대해 “그런 것(이완된 분위기)을 조금 더 다잡아야 된다. 우리(청와대)부터라도 능동적으로 자제할 거 자제하고, 조심할 거 조심하면서 협조를 구해야 되겠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수석은 그러나 ‘집회 강행에 더 단호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자 “단호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이기 때문에 (집회 강행을) 봐줬다는 것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방역은 그분(민노총)의 정치 성향이 어떻든간에 어느 정당이나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돼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시종일관 이런 집회 안 된다고 말씀 드렸고, 총리가 정은경 청장과 집접 방문해 사정을 설명하고 자제를 요청드리려고 했고, 대통령도 그런 의지를 여러번 천명했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의 주장과 달리 지난 1일 민주노총이 1만명이 참가하는 도심 집회를 예고한 뒤 청와대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공식 메시지가 나온 적이 없다. 문 대통령도 집회가 강행되고 이틀이 지난 지난 5일 청와대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야 “불법적인 대규모 집회 등 방역지침을 위반하는 집단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단 한줄의 발언을 한 게 전부였다. 당시에도 문 대통령은 '민주노총'을 적시하지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하며 민주노총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김 총리가 요구한 위원장 면담을 거부한 뒤 다음날 서울 도심에서의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2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을 방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우려하며 민주노총 집회 자제를 요청했지만, 민주노총은 김 총리가 요구한 위원장 면담을 거부한 뒤 다음날 서울 도심에서의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했다. 뉴스1

민주노총의 불법집회를 봉쇄하지 못한 정부도 코로나 4차 확산이 확인된 뒤에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 ‘코로나 4차 확산의 원인과 민주노총의 집회의 상관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자 “아직까지 인과관계가 증명된 것은 없다”며 “다만 사회적으로 민주노총이 이렇게 국민들의 긴요한 건강문제에 대해 전혀 국가 방역 당국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어 “이 문제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중심으로 50명 이상의 전담팀이 지금 수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노총의 도심 집회가 강행된 것과 관련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6일 “민노총에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지난해 여름 집회에 참가한 시민을 ‘살인자’라고 했던 청와대는 이틀간 아무 말도 없다가 ‘민노총’이라는 주어는 뺀 채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통령의 한 마디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날 당 회의에서 “4차 대유행이 더욱 심각해진다면, 정부와 민주노총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정권이 민노총에서 무슨 빚을 지고 약점을 잡혔길래 불법 도심 집회를 열어도 제대로 된 대응 한 번 못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문 대통령은 민노총과 무슨 관계인가. 대답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지난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종로3가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법 전면 개정 등을 요구하며 도로를 점거한 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김 총리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고 단계로 상향하는 것과 관련해서 “우리가 원하고 간절히 바란다고 되고 안 되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감염병과의 싸움은 정확하게 과학”이라며 “그렇게(거리두기 상향) 되면 우리 국민들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이어 거리두기 격상 시기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하지만, 정부가 고려해야 될 것이 여러가지가 있다”며 “우선 이번 주말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일요일 중대본 회의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저히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모아지면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8일 0시 기준 역대 최다확진자(1,275명)가 쏟아지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된 8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발생해 지난해 3차 유행 당시 일일 최다 발생 기록인 1,240명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뉴스1

8일 0시 기준 역대 최다확진자(1,275명)가 쏟아지며 4차 대유행이 시작된 8일 서울 중구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 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275명 발생해 지난해 3차 유행 당시 일일 최다 발생 기록인 1,240명을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뉴스1

이철희 수석도 ‘방역 당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러한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이 수석은 “자영업자 등 코로나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분이 워낙 많고 장기화돼 그분들의 힘든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제와 방역)두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