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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위서 환희의 샴페인 축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베를린 DPA·AP·로이터=연합】동독이 9일 국경을 전면 개방하자 기쁨에 넘친 수천명의 동독 시민들이 베를린 장벽으로 몰려나와 일부는 장벽 위에서 춤을 추는가하면 샴페인을 터뜨리고 환호를 올리며 서로 포옹하고 키스를 나누는 등 흡사 축제를 연상케 했다.
이날 동독시민들은 자동차에 가득탄 채, 혹은 도보로 서베를린으로 향하는 거리에서 행진을 벌였다.
이날 국경개방 후 처음으로 찰리 초소를 통과한 암겔리카 바크스양(34)은『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부모와 함께 초소를 지나던 한 동독청년은『모두들 미친것 같다』면서 자신들은 단지 서베를린을 한번 보고싶었을 뿐이며 구경이 끝나면 동베를린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베를린으로 향하던 대다수의 동독인들은 이 청년처럼 서베를린을 둘러보고 집으로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0대 중반의 한 남자는 눈물을 글썽이며 꼼짝 않고 서서 28년의 역사를 지닌 베를린 장벽을 뚫어지라고 응시하고 있었다.
동베를린의 예술가 거주지이며 최근에는 정치활동의 근거지가 된 프렌츨라우어 베르크에 살고있다는 이 남자는『나는 28년 동안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면서 자신은 국경개방소식을 듣는 순간 모자와 외투를 벗고 경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서베를린이 듣던 바와 같은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몇 블록정도만 산책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임 당 정치국원 귄터 샤보프스키가 기자회견에서「국경개방과 관련한 결정」을 발표, 기자들을 경악시킨 것은 이날 저녁 7시2∼3분전.
이 같은 뉴스가 발표되기가 무섭게 베를린 장벽에 설치된 초소들 앞에는 동독제 자동차들의 장사진이 이루어졌고 전차들도 장벽으로 향하는 시민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샤보프스키는 이날 회견에서 국경개방 사실을 발표하면서 출국서류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달았으나 아무도 이 같은 사족에 개의치 않았고 과거도망자는 무조건 사살하라고 명령을 받았던 경비병들도 이들의 행렬을 보고만 있었으며 일부 병사들은 행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동독 시민들은 대부분 웃는 얼굴로 동독여권을 흔들어 보이며 장벽을 통과했는데 한 30대 남자가 경비병에게『걱정 마시오. 곧 돌아올 거요』라고 말하자 다른 남자가『물론이지. 나도 내일아침엔 출근해야 해요』라고 거들었다.
20대의 한 여성은『라디오로 이 소식을 듣고 칫솔을 내던지고 옷을 입고 뛰쳐나왔다』면서 자신은 애인과 함께『그곳(서베를린을 의미)에 사는 친구들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를린 장벽의 주요관문인 찰리 초소 경비병들은 평소의 엄격한 자세를 풀고 친밀감있게 기자들의 물음에 답하기도 했는데 상당수는 혼란에 빠진 듯 했고 일부병사는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도 했다.
또 국경수비경찰의 한 지휘관은 얼마나 많은 동독인들이 떠나기 원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서독 이주 희망자가 2백만 명에 달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찰리 초소에는 불과 한달 전 서베를린 쪽으로 새로운 울타리가 설치됐으며 동쪽으로는 2m 높이의 불투명 유리벽이 새로 설치돼 외부인이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하는 등 경비시설이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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