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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누가 더 많이 골넣나'가 되버린 챔피언스리그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9일 유나이티드 시티전에서 김진혁이 득점을 올리자 기뻐하는 대구 선수들. [사진 프로축구연맹]

지난달 29일 유나이티드 시티전에서 김진혁이 득점을 올리자 기뻐하는 대구 선수들. [사진 프로축구연맹]

9-0, 8-0, 7-0. '누가 누가 더 골을 많이 넣나'가 됐다. 대회 방식을 개편한 2021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가 골잔치 속에 치러지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올해부터 ACL 참가국을 32개국에서 40개국으로 확대했다. 서아시아 20개국, 동아시아 20개국을 4개국씩 10개조로 나눴다. 참가국이 늘어나면서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축구 약소국 팀들의 출전이 늘어났다. 랏차부리(태국), 비텔(베트남), 카야-일로일로(필리핀)는 이번에 처음 본선에 올랐다. 호주 A리그 팀들이 출전을 포기한 탓에 더욱 동남아 팀들의 비중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본선답지 않은 일방적인 점수 차 경기들이 속출하고 있다. H조 전북은 탬피니스 로버스(싱가포르)를 9-0으로 이겼다. I조의 대구FC도 유나이티드 시티(필리핀)에 7-0으로 승리했다.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도 같은 팀을 8-0으로 꺾었다.

호주 뿐 아니라 리그 일정과 겹쳐 중국 팀들이 1진을 보내지 않는 탓에 더욱 김이 샜다. 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대회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 장지현 해설위원은 "참가국이 늘어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1일 탬피니스 로버스와 A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전북 현대 구스타보. [사진 프로축구연맹]

1일 탬피니스 로버스와 ACL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는 전북 현대 구스타보. [사진 프로축구연맹]

경기 수준과 별개로 다득점을 해야할 이유가 있다. 참가국이 늘어나면서 예전과 달리 조별리그 1위만 16강 티켓을 무조건 얻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선 1위를 차지하거나 동아시아 5개 조(F~J그룹) 2위 팀 중 상위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승점이 같을 경우엔 골득실을 따지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골을 넣어야 한다.

6일 현재 K리그 팀 중에선 울산 현대(4승·승점 12)와 전북 현대(3승 1무·승점 10)가 1위를 달리고 있다. 두 팀은 사실상 조 1위가 유력하다. 하지만 포항 스틸러스(3승 1무 1패·승점 10, 골득실 4)와 대구(3승 1패·승점 9, 골득실 14)는 현재 조 2위다. 포항은 이미 나고야 그램퍼스가 5연승으로 1위를 확정지어 2위를 노려야 한다.

대구 역시 현재로선 2위 가능성이 높다. 두 팀 모두 골득실까지 따져야 하는데, 현재로선 두 팀 다 16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골득실로 운명이 엇갈릴 수 있다. 한 골, 한 골이 소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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