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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엮인 '수산업자', 국회 상 타고 체육회장도…영상보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산업자 김모씨(왼쪽)가 2020년 5월 한 생활체육계 사단법인 회장에 취임하고 있는 모습. [소셜미디어 캡처]

수산업자 김모씨(왼쪽)가 2020년 5월 한 생활체육계 사단법인 회장에 취임하고 있는 모습. [소셜미디어 캡처]

정치권과 검찰, 경찰, 언론계에까지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 '수산업자' 김모(43)씨가 2019년 국회에서 열린 한 시상식에서 봉사상을 받은 것으로 6일 파악됐다. 2017년 말 특별사면으로 잔여형기 집행이 면제된 이후의 일이다. 또 지난해 김씨는 한 생활체육계 위원회의 회장에도 취임했다.

2019년 국회서 봉사상 수상

김씨가 국회에서 상을 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은 아직도 유튜브에 남아 있다. 2019년 12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2019서울평화문화대상 시상식'이다. 영상에 따르면 김씨는 당시 한 언론사의 부회장 직함으로 '다문화봉사상'을 받았다.

당시 시상식에는 전·현직 국회의원 다수가 참여했다. 정동영 전 의원이 축사를 하고 서영교·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점식국민의힘 의원, 이혜훈·백승주 전 국민의힘 의원 등 전·현직 의원 다수가 '국회의정대상'을 받기 위해 시상대에 올랐다. 이밖에도 '자치의정대상' 명목으로 기초의원 다수가 상을 탔다.

특별상 부문에서 '외교통일위원장상'에는 가수 손담비씨가얼굴을 비쳤다. 약 11분짜리 시상식 영상을 통해 확인되는 수상자는 김씨를 포함해 전·현직 의원, 연예인 등 60여명에 달한다.

수산업자 김모씨가 2020년 5월 한 생활체육계 사단법인 회장에 취임하고 있는 모습. [소셜미디어 캡처]

수산업자 김모씨가 2020년 5월 한 생활체육계 사단법인 회장에 취임하고 있는 모습. [소셜미디어 캡처]

생활체육계 회장으로 활동

해당 시상식이 있고 약 5개월여 뒤인 지난해 5월 24일 김씨는 사단법인 3대3농구위원회KXO 회장으로 취임했다. 당시 김씨의 취임식 사진과 영상도 소셜미디어 등에 다수 남아 있다. 김무성 전 의원은 "3대3 농구가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김씨의 회장 취임에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보냈다.

그가 회장에 취임하고 약 한달 뒤인 지난해 6월 24일에는 가수 청하를 홍보모델로 위촉하는 행사를 공개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 김씨는 KXO 리그경기가 열린 같은해 11월 8일 청하와 함께 경기장을 찾는 등 활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스포츠계에서는 김씨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스포츠평론가 최동호씨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김씨가) 3대3농구위원회라는 생활체육 동호인 단체의 회장을 맡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알려졌다고 보기는 힘들다"라면서도 "주류 쪽에 있던 분들이 보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 말씀하시는 분들은 있다"고 했다.

수산업자 김모씨(오른쪽)가 2020년 6월 한 생활체육계 사단법인 홍모모델로 가수 청하를 위촉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유튜브 캡처]

수산업자 김모씨(오른쪽)가 2020년 6월 한 생활체육계 사단법인 홍모모델로 가수 청하를 위촉하고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유튜브 캡처]

김씨는 KXO 회장에 취임하며 지원금 3000만원도 약속했으나 이마저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씨는 "(김씨가) 재력을 과시하는 듯한 일종의 인테리어로 취임하면서 회장 지원금 3000만원 약속을 했는데 끝내 내지 못했다"라며 "말했던 것과 다른 거 아니냐, 라는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언론인 부회장 신분으로 국회 시상식에 참석한 것과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한 것 등은 신분을 속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씨는 김씨의 KXO 회장 취임과 관련해 "그럴듯한 직함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포장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였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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