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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암 극복한 4명 중 1명은 실직, 5명 중 1명은 직장 내 차별 경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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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암을 이겨낸 암 생존자 4명 중 1명은 실직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암은 극복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구직·복직 등이 어려워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암 극복이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해 우울·불안 등 정서적 문제를 야기한다. 암 생존자의 일상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한 사회적 배려와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병원리포트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팀 #‘암=불치병’으로 생각하는 환자 #일자리 잃을 위험 3.1배 높아 #사회적 편견, 부정적 인식 여전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 조주희 교수와 임상역학연구센터 강단비 교수, 삼성융합의과학원 심성근 박사 연구팀은 화순전남대병원과 공동으로 2017년 10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암 생존자 433명을 직접 인터뷰해 암에 대한 편견과 직장 내 겪은 차별 등을 확인했다. 그 결과 응답자의 24%가 암 진단 후 직장을 잃었고, 20.7%는 고용주나 직장 동료로부터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인·친구나 이웃이 암 환자인 자신을 외면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각각 24.2%, 22.4%나 됐다.

스스로 암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있는 경우도 존재했다. 응답자의 21.7%는 “의학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암을 치료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겼다. “암이 완치되더라도 예전과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19.1%)이라거나 “암 환자는 외모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13.4%)고 답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암 환자의 실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했다. 특히 환자 스스로 암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회복할 것이란 믿음이 부족할 때 일자리를 잃기 더욱 쉬웠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암을 불치병이라 여긴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3.1배, 평소 암 환자에 대해 고정관념을 내비친 환자 역시 일자리 상실 위험이 2.1배 컸다. 직장 내에서 차별을 경험한 경우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1.98배까지 증가했다.

암 치료 후 직장 복귀 프로그램 강화 절실

연구팀은 암 생존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암 환자의 일상성 회복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책임자인 조주희 교수는 “암 환자의 삶의 의미, 경제적 손실, 노동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암 환자의 직장 복귀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며 “암 환자가 치료에 집중하고 치료 후 정상으로 회복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직장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에서 지원한 ‘암 생존자 맞춤형 직장 복귀 지원 프로그램 개발 및 효과 평가 연구’ 과제로 진행됐다. 정신종양학회(Psycho-Oncology, IF=3.006)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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