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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1등급 남녀격차 더 벌어졌다…문제는 교육부 빗장정책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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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서 교육팀장의 픽: 문·이과 통합형 수능과 남녀격차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주관하는 모의평가는 1년에 단 두차례, 6월과 9월에 치릅니다. 그 해 출제 경향과 난이도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시험이죠.

올해 수능, 문·이과 함께 경쟁하는 첫 시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수능은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지는 첫 수능입니다. 이에 따라 6월 모의평가도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졌습니다. 문이과 통합 수능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수학 과목의 시험 방식입니다. 지금까지 수능 수학은 ‘가형’과 ‘나형’ 중에 선택해 응시했습니다. 보통 이과 학생들이 가형을 선택했고, 문과 학생이 나형을 선택했습니다. 서로 다른 시험을 보기 때문에, 가형과 나형은 점수와 등급이 따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통합 수능에서는 모든 학생이 하나의 수학 시험을 치릅니다. 수험생마다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중 한 과목을 선택하지만 성적은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 점수를 합쳐 나옵니다. 예전과 달리 문과·이과 학생이 함께 경쟁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바뀐 이유는 현재 국가 교육과정에서 공식적으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수학 1등급 여학생 2%뿐…남녀 격차 더 벌어졌다

이번에 교육부와 평가원이 발표한 채점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수학 상위권에 여학생의 수가 유독 적다는 점이 두드러집니다. 물론 수능과 모의평가 수학 상위 등급에는 늘 남학생이 더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6월 모의평가에서는 여학생의 성적이 더욱 저조했습니다.

2021년 6월 모의평가 수학 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1년 6월 모의평가 수학 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학 등급별 인원을 살펴보면 1등급을 받은 남학생이 1만2232명인데 반해 여학생은 4355명에 불과했습니다. 남학생은 6.2%가 1등급을 받았는데, 여학생은 단 2.2%만 1등급을 받았다는 얘깁니다. 2등급, 3등급에서도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3%p 이상 높은 비율을 기록했습니다. 4등급부터 최하인 9등급까지는 반대로 여학생 비율이 더 높습니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수학 격차가 이정도로 심하지 않았습니다. 1등급 비율이 수학‘가’형은 남학생 5.6% 대 여학생 3.9%, 수학‘나’형은 남학생 5.5%대 여학생 3.8%였습니다. 가ㆍ나형 인원을 합치면 1등급은 5.5%대 3.9%로 남학생이 많지만 2등급은 격차가 1%p 미만이었고, 3등급은 오히려 여학생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작년 수능에서도 이번 6월 모의평가처럼 극단적인 차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2020년 6월 모의평가 수학 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20년 6월 모의평가 수학 결과.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과 불리해지자 여학생도 불리해졌다?  

그렇다면 왜 이번 시험에서 여학생들은 저조한 성적을 거뒀을까요. 통합형 수능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장 유력합니다. 통합형 수능에서는 문·이과를 나누지 않지만 사실상 수험생은 수학 선택과목에 따라 문·이과가 나뉩니다. 문과는 주로 '확률과 통계'를, 이과는 주로 '미적분'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모의평가에선 확률과 통계는 55%, 미적분 37%, 기하 8%가 선택했습니다.

각기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을 비교해야하기 때문에 평가원은 각 선택과목의 난이도와 수험생 수준을 감안하는 복잡한 방식으로 성적을 산출합니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문과 학생(확률과 통계 선택자)이 불리해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그런데 익히 알려져 있듯이 여학생들은 이과보다 문과를 압도적으로 많이 선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문과가 불리하다’는 말은 ‘여학생이 불리하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불리 자료 공개가 ‘비교육적’이라는 정부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연합뉴스

강태중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분석도 추측에 그칠 뿐입니다.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는 성적 자료를 정부가 공개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평가원 관계자는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비교육적”이라며 “진로와 적성에 따라 최선의 과목에 집중해달라”고 했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교육에서 하듯 배치표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분명히 존재하는 과목별 유불리를 알려주지 않겠다는 정부. 사교육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생긴 셈입니다. 벌써 업체들은 저마다 자체 조사한 자료를 갖고 문과가 몇점이나 더 불리하다는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불안한 수험생은 또 사교육 업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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