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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檢개혁 우회 비판한 윤석열…“‘강자 방탄’ 개혁 안돼”

중앙일보

입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사회적‧정치적‧경제적 강자에 대한 방탄을 만들기 위한 검찰개혁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서다. 현 정부 들어 이어진 검·경수사권 조정 및 검찰 조직개편·인사가 정권을 방어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우회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오종택 기자

“검찰개혁 반대 안 해…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돼야”

윤 전 총장은 이날 현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찰개혁을 반대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2019년 검찰개혁 관련 더불어민주당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올라갈 때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검찰개혁은 어떤 비전이나 목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전’으로 ‘국민의 검찰, 공정한 검찰’을 들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검찰에 대해 “검찰 구성원들이 인사권자나 권력자를 보지 않고 일을 맡기는 의뢰인이 국민이라고 생각하는 것, 어떠한 권력자든 눈치 보지 않고 철저히 수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공정한 검찰은 강자보다는 약자에 대해 법 집행을 할 때의 문제”라며 “검찰보다 사회적 힘이 약한 국민을 상대로 법 집행을 할 때 그 상대방에게 공정한 기회를 줘가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페어플레이를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019년 인사청문회 당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대한 질의를 받았을 때도 국가의 사정 기능과 총량이 더 늘어난단 전제 아래 찬성한다고 말했다”며 “권력의 비리를 감시하고 연약한 국민을 상대로 법을 집행할 땐 더 공정한 기회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하지 않겠나. 그런 차원의 검찰개혁이라면 그걸 반대하는 것이 비정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정부가 (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만들 때 국민들에게는 이런 철학을 호소하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게 아닌가 싶다”라고 하면서도 “강자에 대한 방탄을 만들기 위해 (검찰개혁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기치로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출범 등을 시행했다. 여권 일각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까지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나온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제도 변화 및 최근의 검찰 조직개편·인사에 대해 “‘검찰 힘 빼기’를 통해 정권 겨냥 수사 동력을 없애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2021.6.29 오종택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고 있다. 2021.6.29 오종택 기자

“‘X파일’ 못 봤다…마타도어 유포라면 국민이 판단할 것”

‘X파일 논란’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은 “아직 문건(X파일)을 보지는 못했다”며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이게 어떤 출처 불명의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막 유포한다든가 한다면 국민께서 다 판단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저의 어떤 국정 수행 능력이나, 또는 저의 도덕성과 관련해 어떤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저에게 (의혹을) 제시하시면 제가 국민들이 궁금해하시지 않도록 상세하게 설명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책이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책이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조국 도려내겠다고 한 적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전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을 통해 “윤 전 총장이 (조국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 전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에 ‘조국 불가론’을 설파했다”고 한 주장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청와대 관계자에게 ‘누구를 도려내겠다’고 한 사실이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했다.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이 과거 ‘조국 사태’ 수사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국만 도려내겠다’라고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수사 착수가 압수수색으로 시작됐는데 압수수색을 예고하는 시그널을 준다는 건 수사 상식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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