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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17만 명 환자 빅데이터 분석해 퇴행성 관절염 맞춤형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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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본사랑병원 의료진은 매주 콘퍼런스를 열어 환자 사례와 바이오 센서 등 첨단 장비·술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김동하 객원기자

연세본사랑병원 의료진은 매주 콘퍼런스를 열어 환자 사례와 바이오 센서 등 첨단 장비·술기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김동하 객원기자

 무릎 퇴행성 관절염 치료는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무릎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연골은 수년~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닳다 결국 없어진다. 운동·약물·주사·수술 중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 통증·강직 등의 증상을 조절하고, 연골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나이·직업·운동량·생활습관까지 퇴행성 관절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일이다. 고혈압·당뇨병처럼 무릎 건강도 꾸준히, 오래 봐주는 ‘관절 주치의’가 필요한 이유다.

병원 탐방 연세본사랑병원 #부천 주민 ‘관절 주치의’ 18년 #미국 스탠퍼드대와 공동연구 #줄기세포 치료제 활용도 높여

 경기도 부천시의 연세본사랑병원은 2003년부터 한자리에서 지역민의 척추·관절 건강을 책임졌다.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만 17만 명에 달한다. 10명 중 7명이 기존 환자의 소개로 내원할 만큼 지역민의 신뢰가 두텁다. 최근에는 역곡에서 시내 중심가로 병원을 확장 이전하며 의료 인력·장비는 물론 진료 시스템의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권세광 병원장은 “지역민에 특화된 척추·관절 질환의 ‘빅데이터’는 우리 병원만의 강점”이라며 “소프트웨어와 함께 하드웨어를 확충한 만큼 보다 정교한 퇴행성 관절염의 맞춤 치료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의료 인력·장비 확충, 진료 시스템 강화

무릎은 3개의 뼈(허벅지뼈·정강이뼈·무릎뼈)와 뼈를 감싼 연골, 그리고 수많은 근육이 얽힌 복잡한 조직이다. 허벅지뼈·정강이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반월상 연골판’과 앞뒤, 양옆에 각각

4개의 인대가 존재하는 관절도 무릎뿐이다. 최철준 병원장은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은 노화와 생활 패턴, 외상 등 다양하다”며 “발병 원인을 비롯해 반월상 연골판과 인대·근육 등 주변 조직의 상태까지 면밀히 파악해야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퇴행성 관절염 초기인 1~2기는 약물·운동 등 보존적 치료를 적용한다. 통증을 조절하면서 근육·인대 등 주변 조직을 강화하면 충격이 분산돼 관절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만약 연골 손상이 심해 3~4기로 진단받거나, 초기지만 보존적 치료 효과가 작은 경우라면 재빨리 다음 단계의 치료법을 적용해야 한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바로 병원이 확보한 ‘빅데이터’다. 권 병원장은 “예컨대 과거에 무릎 인대가 파열됐거나 직업적으로 무릎을 많이 쓰면 또래보다 퇴행성 관절염이 빨리, 심하게 올 것”이라며 “장기적인 진료로 얻은 환자의 의료 기록·정보가 있으면 비슷한 증상과 생활 패턴, 직업을 가진 환자의 치료 결과와 비교해 향후 관절염 경과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종전에는 보존적 치료에 실패한 경우 인공관절 수술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부작용을 견디며 약을 먹거나 통증을 참는 게 최선이었다. 연세본사랑병원이 이런 ‘치료 공백기’ 환자를 위해 선도적으로 줄기세포 연골 재생술을 도입한 배경이다.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뚫고 내시경을 이용해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골에 도포하는 최첨단 치료법이다. 시술은 30분~1시간 정도로 짧고 흉터도 거의 남지 않는다.

 연세본사랑병원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 치료제만을 사용하고 있다. 권 병원장은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는 탯줄에서 채취한 혈액을 이용해 염증을 억제하고, 연골 재생을 촉진하는 약물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며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되지 않았다면 나이가 많거나, 연골 손상 면적이 넓어도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병원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메디컬센터와 공동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의 활용도를 높이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센서로 인공관절 정확도 향상

무릎 인공관절 수술의 ‘맞춤 치료’는 바이오 센서로 완성된다. 퇴행성 관절염을 오래 앓으면 주변의 인대·힘줄·근육이 퇴화한다. 통증으로 무릎의 가동 범위가 준 만큼 주변 조직이 굳거나 수축하는 것이다. 이를 간과한 채 인공관절을 삽입하면 수술에 성공해도 무릎이 뻑뻑하고 아파 제대로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다.

 바이오 센서는 무릎이 받는 힘을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똑똑한’ 장비다. 인공관절을 삽입한 다음 이 사이에 바이오 센서를 끼우면 무릎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힘줄·인대 등 연부조직의 균형과 관절 내외 측의 압력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측정한 압력이 높으면 빨간색, 안정적이면 초록색으로 표시돼 의사가 수술 계획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다. 최 병원장은 “기존에는 의사의 감각에 의존해 다리의 정렬과 균형을 맞췄는데, 바이오 센서를 이용하면 ‘이중 확인’이 가능해 수술 정확도가 한층 향상된다”며 “수술 후 입원·재활 기간이 짧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간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본사랑병원은 전문화된 진료를 위해 어깨면 어깨, 허리면 허리 질환만 보는 전담팀을 구성·운영하고 있다. 권 병원장은 “의료진이 자신의 분야에만 매몰되지 않게 매주 전체 진료과가 모여 환자 사례와 새로운 술기·장비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콘퍼런스를 진행한다”며 “지역민에게 자부심이 되는 병원이 되도록 의료진부터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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