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김정은 찬사, 국제사회선 “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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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임기 5년 차를 맞은 여권의 북한을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주어진 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진 말라”고 주문했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이다.

시작은 문 대통령 자신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공개된 타임(TIME)지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은)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며 그의 국제감각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지난 24~26일 개최된 제주포럼에서 여권 인사들의 찬사와 유화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26일 “김 위원장은 절대왕조 국가의 군주적 특성과 현대 기업 CEO(최고경영자)의 자질을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김부겸 총리도 폐회사를 통해 “북측이 대화와 화해의 장으로 다시 한번 나오기를 간절히 요청한다”며 “북측 최고지도자와 당국자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간절히’ ‘간곡히’ 등의 표현은 임기 내 가시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이루려는 조급함이 드러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적 평가와 찬사는 오히려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김정은은 인권을 조직적으로 유린하는 정부를 이끌고 있다”며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떤 종류의 잔혹 행위도 저지를 준비가 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어쩐 일인지 김정은을 가치 있는 지도자로 생각한다”며 “다행히도 한국민들은 북한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망상을 간파해 왔다”고 꼬집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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