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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저스트 두잇', '돈두잇' 바꾸자···소비자는 "나이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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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과 기업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는지 여부다. 정치인들은 언론이나 소셜미디어(SNS)에 거침없이 의견을 밝힌다. 반면 재계의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사회 현안에 대해 자기주장을 펼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말 한마디에 시장이 출렁일 수 있는 데다 자칫 정치권에 ‘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침묵은 안전판이자 미덕이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약 200개의 기업들이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며 워싱턴포스트(WP)지에 발표한 공동성명문. 사진 WP게재면 캡처

지난달 2일(현지시간) 약 200개의 기업들이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며 워싱턴포스트(WP)지에 발표한 공동성명문. 사진 WP게재면 캡처

하지만 이런 기류가 바뀌었다. 할 말은 하는 재계 리더가 각광받고 있다. 지난달 아마존·애플·트위터·에스티로더·언더아머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은 공화당이 발의한 투표권 제한법에 대해 “유권자가 자유롭게 투표권을 행사하게 하라”며 공동성명을 냈다. 앞서 인종차별 문제가 불거지자 나이키는 대표 슬로건인 ‘저스트 두 잇’을 ‘돈 두 잇(Don’t do it)’으로 바꾼 캠페인을 펼쳤고, 유튜브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아예 직원들에게 ‘하루 일을 안 해도 되니 인종차별 규탄 시위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최근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전자상거래기업 라쿠텐 CEO가 일본 정부의 도쿄올림픽 강행을 “자살행위”라며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나이키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광고. 사진 나이키 영상 캡처

나이키의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 광고. 사진 나이키 영상 캡처

세계적으로 일명 ‘CEO 행동주의’가 확산하는 원동력은 달라진 소비자다. 기업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을 하지 않은 기업 제품은 사지 않겠다고 할 정도다. 특히 소비의 주축이자 미래 고객인 10~30대는 공정과 정의, 환경 등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국에서 한 조사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62%가 “기업이 사회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국내 기업들도 ‘행동주의’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행동이 주로 사후대응이라는 데 있다. 남양유업 회장이 허위 광고 논란에 물러나고, 쿠팡 CEO가 물류센터화재에 사과문을 내고, 네이버 COO(최고책임운영자)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사의를 표하는 식이다. 과거엔 이걸로 충분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의 사과에도 쿠팡 탈퇴 움직임이 이어지는 게 단적인 예다.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이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이제 기업의 리더들도 인권·환경·양성평등·조직문화 등 사회적으로 관심이 몰리는 문제에 대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특히 그것이 ‘사람’이나 ‘공동의 가치’에 대한 문제라면 매출 달성이나 기술 개발을 강조하는 수준으로 힘을 줘도 좋다. 젊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왜 나서지’가 아니라 ‘쿨하다(멋지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목소리는 기업의 이미지뿐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창업자가 평소 환경보호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는 회사에서 오염물 불법유출사건이 터질 리 없고, CEO가 자나 깨나 직원안전을 부르짖는 회사에서 부실대응으로 인한 사고가 나기 어렵다. 정치보다 일상에 가깝게 닿아있는 기업이 만들 수 있는 선하면서도 강력한 영향력이다.

이소아 라이프스타일팀장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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