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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연기 결정 25일로 미룬 송영길…“경선 강행 사전작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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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날 의원총회는 대선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한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소집됐다. 오종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날 의원총회는 대선 경선 연기 문제에 대한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소집됐다. 오종택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2일 오후 당 최고위원회를 열고 대선 경선 연기 여부를 논의했으나 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 직후 “현행 당헌에 규정돼 있는 ‘180일 전 선출’을 기본으로 해서 대선경선기획단이 선거 일정을 포함한 기획안을 25일 최고위에 보고하고, 그 보고를 받은 뒤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총서 24명 3시간 격론 #“코로나 집합금지인데 무슨 경선” #“마스크 쓰고해도 주목 받을 수 있어” #연기파는 당무위 소집 연판장 돌려

당초 당내에선 송영길 대표가 경선 연기 논란을 이날 매듭지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앞서 송 대표는 이날 오전에 의원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오늘 오후 최고위에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최고위에선 표결은 하지 않고 의견만 주고받았다. 고 대변인은 “당헌에 있는 규정대로 기획안을 만들어 보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논의하고 결정하자는 취지”라며 “약간의 절충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공개 최고위에선 송 대표와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이 “이른 시일 안에 경선 시점 논쟁을 원칙대로 마무리지어야 한다”며 경선 연기 불가 입장을 냈다고 한다. 이에 강병원·김영배·전혜숙 최고위원이 “경선 연기론에 타당성이 있으니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고 한다. 현재 민주당에선 지지율에서 앞서 가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경선 연기 불가를, 나머지 대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등이 경선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당장의 정면충돌은 피했지만 잡음은 25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양측은 격론을 벌여 예상했던 1시간30분을 훌쩍 넘겨 3시간이나 진행됐다. 연단에 오른 토론자는 모두 24명이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의원 10여 명이 작전이라도 짠 듯 우르르 발언을 신청했고, 이에 ‘연기 반대’ 측이 맞대응하면서 회의가 길어졌다”고 전했다.

경선 연기를 주장해 온 홍기원 의원은 “코로나 집합금지에 휴가철인 7~8월에 경선을 진행하면 국민께 무슨 감동을 주겠나”라며 “우리가 앞서 가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당 지지도는 바닥이고 쫓아가는 입장에서는 너무도 안일한 모습”이라고 했다. 이에 이재명 지사 측 김병욱 의원은 “이준석 당대표 선출이 마스크를 벗고 했던 경선인가”라며 “마스크를 쓰고 진행해도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 주목받는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의총 후반부에 송 대표가 “지난해 당헌·당규를 고칠 당시 당 대표 선거에 나왔던 후보들의 공감대를 이뤄 진행됐다”고 말하자 이낙연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이 “의원으로서 얘기와 당대표로서 얘기는 다르다. 당대표로서 얘기하라”고 면전에서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경선 연기를 지지하는 일부 의원은 이날 당무위 소집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다음 단계 대결을 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이날 지도부가 결정을 미룬 것에 대해 “사실상 ‘예정대로 경선 실시’로 가기 위한 사전 정비작업”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23일 열리는 당무위원회에선 ‘경선 연기’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한 데다, 25일 대선경선기획단이 경선 기획안 초안을 제출하도록 하면서 사실상 대선 경선 준비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는 경선 연기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다만 최고위에서 표결하는 것 자체가 당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시간을 갖고 설득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김준영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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