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맞벌이 가구가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구직난과 돌봄 공백으로 ‘나 홀로’ 생계 전선에 나서는 가장이 늘었다. 1인 가구 3명 중 1명은 월 200만원도 벌지 못했다.
22일 통계청이 내놓은 ‘맞벌이 가구 및 1인 가구 고용 현황’ 보고서에 드러난 현실이다. 지난해 맞벌이 가구 수는 559만3000가구로 1년 전과 비교해 6만9000가구 줄었다. 전체 유배우(배우자가 있는, 부부 등으로 구성된) 가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45.4%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홀벌이거나 아예 부부 둘 다 직업이 없는(비경제활동인구) 비맞벌이 가구 수는 673만8000가구로 1년 새 9만5000가구 증가했다. 전체 유배우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4.6%로 0.6%포인트 상승했다.
부부가 함께 일할 수 있을 만큼 일자리가 넉넉지 않은 경제 상황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치며 ‘맞벌이 위기’를 불러왔다. 2017년 44.6%, 2018년 46.3%로 늘었던 맞벌이 비중은 2019년 46%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더 줄었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산업별로는 맞벌이 비중이 높은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에서 취업자가 많이 감소하면서 맞벌이 가구 비중 축소에 영향을 끼쳤다”며 “자녀 연령대별로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 수가 특히 많이 줄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돌봄 공백 여파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같은 집에 사는 부부 가운데 같은 업종에서 함께 일하는(동일 산업 맞벌이) 가구 비율은 농림어업(지난해 80.5%) 다음으로 도소매ㆍ숙박음식업(54.6%)이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금지ㆍ제한 조치가 내려지고 외출ㆍ외식을 꺼리는 분위기가 번지며 도소매ㆍ숙박음식점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련 산업에 종사하던 맞벌이 부부 가운데 한 명 또는 둘 다 일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았다. 실제 지난해 도소매ㆍ숙박음식점업 종사 맞벌이 가구 수 감소 폭(2만1000가구)은 주요 산업 가운데 가장 컸다.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구도 코로나19 여파로 줄었다. 지난해 216만4000가구를 기록했는데 1년 전보다 8만2000가구 감소했다. 학교ㆍ학원ㆍ유치원ㆍ어린이집 할 것 없이 문을 닫고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날이 많았던 탓에 부부 중 한 명이 아이를 돌보려 직장을 그만두는 일이 그만큼 잦았다는 의미다.
특히 자녀가 어릴수록 ‘맞벌이 포기’가 많았다. 자녀 연령대별 맞벌이 가구 감소 폭(전년 대비)은 6세 이하(-4만8000명)가 가장 컸고 7~12세(-1만7000가구), 13~17세(1만7000가구)는 그보다 덜했다.
1인 가구도 코로나19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지난해 1인 가구 취업 비율은 59.6%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2017년과 2018년 61.1%를 유지하다가 2019년(60.8%) 이후 내내 내리막길이다.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돌파할 만큼 점점 커지는 중이지만 이들은 경제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젊은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1인 가구 편입 비중이 큰데 이들 계층의 실업난이 코로나19로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1인 가구의 취업난은 소득 수준에도 영향을 미쳤다. 혼자 사는 월급쟁이(1인 가구 임금 근로자) 가운데 월 임금 100만원 미만이 12.4%,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20.5%를 각각 차지했다. 셋 중 한 명꼴로 월급이 200만원이 채 안 됐다. 35.7%는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을, 19%는 300만원 이상 400만원 미만을 받고 있었다. 매달 400만원 이상을 받는 사람은 12.4%에 그쳤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