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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공감 얻지 못할 때 무시 당한 기분 드나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100)

나는 어떤 때 행복하지? 나와 함께 사는 사람은 어떤 때 행복을 느끼는 걸까?

행복은 없는 것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느끼는 것임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때때로 행복을 논하는 것이 사치로 느껴질 만큼 일상에 허덕이며 삽니다. 그러다 문득 공허함에 빠지죠. 나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그렇게 나 하나도 챙기기 힘든 순간에는 내 옆의 그 사람을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집니다. 그리고 때로는 상대를 향해 말하죠.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사는데?” 그러다 때때로 저도 생각합니다. ‘누구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데…’.

어느 날 밤 영화 채널을 뒤적이다 스페인 드라마를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에는 4명의 친구가 등장합니다. 각자의 희로애락을 나누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4명의 여자친구죠. 그리고 그중 한 명, 작가를 꿈꾸는 한 남자의 아내인 발레리아가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그의 남편은 사진가인 안드레입니다.

드라마 '오, 발레리아'의 발레리아와 안드레 부부. [사진 넷플릭스]

드라마 '오, 발레리아'의 발레리아와 안드레 부부. [사진 넷플릭스]

그들은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다소 어린 나이에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그리고 6년의 시간이 흘렀죠. 겉으로 보기에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완벽한 커플처럼 보이지만 힘든 일상에 지치고 불타오르는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아내는 소설가의 꿈은 안고 글을 쓰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고, 남편은 사진이 사양 사업이라며 스튜디오를 나와 유튜버의 영상작업을 돕게 되죠.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적인 상황은 서로가 꿈꾸던 삶을 방해하고, 같은 공간에서 자고 일어나 밥을 먹고 같이 서서 설거지를 하지만 뭔가 공허합니다. 다소 과격한 장면도 많이 등장하긴 하나 전반적으로 드라마는 행복에 대한 시각과 난관,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드라마의 많은 에피소드 가운데 기억에 남는 장면을 전해보려 합니다. 발레리아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글쓰기에 관한 조언을 전해준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집필과 관련해 자신에게 조언해 준 사람은 처음이었다고 말하죠. 물론 남편도 있긴 했지만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었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쓰는 글을 읽지도 않고 작가로서 나를 잘 모른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두 모습이 많이 다르냐고 묻는 남편에게 답하죠. 아내 발레리아는 대담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지만 작가 발레리아는 그보다 백배는 더 하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남편은 두 발레리아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대가를 치르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합니다. 잘 되지 않을 때마다 한 달은 뚱해 있다는 것이죠. 그 말에 마음이 상한 아내가 왜 응원해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남편은 싸우기 싫다고 답합니다. 아내는 집에 돌아가 쉬겠다고 말하며 돌아서고 남편은 맥주나 한잔 하러 가야겠다고 가던 길을 계속 갑니다. 물론 둘 사이 다른 여러 상황도 등장하지만 그렇게 아내와 남편은 서서히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갑니다.

한동안 괴로워하던 발레리아는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다 친구들에게 전합니다. 내가 도착한 결론, 우리는 서로의 행복을 챙기는 법을 모른 채 살아왔다고 말이죠. 그렇게 도착한 집에서 남편 역시 아내를 보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이제 행복하지 않은 것 같아. 그 방법도 모르고… 헤어지는 게 좋겠어!!”

나와 배우자를 위해 한 번쯤은 멈춰서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나와 배우자를 위해 한 번쯤은 멈춰서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 pixabay]

마음이 맞지 않는 상대와 사느니 차라리 헤어지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부부가 결혼 초기 서로에 대한 배려와 헌신의 과정에서 사랑과 행복을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시간은 지나고 익숙해진 일상에서 그 배려와 헌신은 감사함보다 당연함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드라마 속 두 사람처럼 함께하지만 공허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은 아닐까요?

그땐 한 번 생각해 보는 겁니다. 지금 나는 사랑한다고 하면서 상대가 어떤 때 행복한지 알고 있을까? 그에 앞서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언제인지를 알고 있는 걸까? 서로가 그것을 대해 인지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부부를 설명하는 표현 중 하나가 ‘따로 또 같이’는 아닐까요? 각각의 상황에서 나의 행복과 상대방의 행복, 그리고 함께 느끼는 행복을 인지하는 것의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소통 강의를 진행하면서 제가 늘 고개를 끄덕이는 표현이 있습니다.

‘공감받지 않더라도 망상하지 말자!’

매 순간 나의 상황이 상대에게 공감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때론 바쁜 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수도 있고, 생각의 방향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순간 상반된 감정이 공존합니다. 나를 무시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닐 수 있음에도 공감받지 못하는 순간 그러한 생각들이 올라오죠.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은 공감받지 않는 상황에도 나만의 착각에 빠지지 않게 도와줄 수 있습니다.

나와 우리를 위해 한 번쯤은 멈춰서 행복을 위한 행복을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행복을 챙기며 살고 있나요?
나의 그리고 우리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요?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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