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오래]오래 사랑한 노부부의 국적 불문 공통점 ’닭살 멘트'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98)

지난 2014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는 빛깔 고운 커플 한복을 맞춰 입고 두 손 꼭 잡고 다니던 로맨티스트인 조병만 할아버지와 소녀 감성의 강계열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80년 가까운 세월을 부부로 살아온 두 분은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 참 잘 살았죠?” 라고 말합니다. 서로가 항상 고맙다, 사랑한다를 주고 받으며 작은 일에도 웃음을 잃지 않던  두 분의 사랑은 많은 사람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했죠.

그리고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은 '님아'라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를 선보였습니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님아' 역시 다른 나라, 다른 환경 속 다양한 커플의 모습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확장판인 셈입니다.

다큐멘터리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님아: 여섯 나라에서 만난 노부부 이야기'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영화는 긴 시간을 함께 살아온 미국, 스페인, 브라질, 일본, 인도, 한국 등 여섯 나라에 살고 있는 여섯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았던 부부에게는 국적을 불문하고 어떠한 공통점이 있는지를 확인해 가고 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만들며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았던 사람에게는 국적을 불문하고 어떤 공통점이 명쾌하게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저들은 진짜 사랑하나?’에서 시작해 ‘저렇게 사랑하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서로가 어떻게 해야 할까?’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합니다.

감독에게 영화를 촬영하며 그들에게서 발견한 명쾌한 공통점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첫번째는 ‘그들 사이에는 유머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일종의 개그 코드가 잘 맞는다는 의미일 수 있는데, 한쪽에서 농담을 던지면 다른 쪽에서 되받아 리액션을 하며 대화가 이어지게 되니 유머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았던 부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개그 코드'가 잘 맞아 대화가 잘 통했고, 성 역할에 고정관념이 없었다. [사진 pixnio]

오랫동안 사랑하며 살았던 부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개그 코드'가 잘 맞아 대화가 잘 통했고, 성 역할에 고정관념이 없었다. [사진 pixnio]

두번째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깼는가?’였습니다. 그는 촬영을 이어가며 기존의 고정화한 성 역할에 기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부부를 보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주로 남성의 성역할에 차이가 있었는데, 작품 속 남편은 ‘남편’ 그리고 ‘가부장’이란 역할을 기꺼이 내려놓은 사람들이었죠. '내가 남편인데...', '남자인 내가 왜...' 라는 식으로 고정화한 남성성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겁니다. 이는 아내의 행동에도 자연스레 변화를 가지고 왔을 겁니다.

많은 부부의 대화를 듣다보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라는 식의 대화를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달리 들으면 나는 너 때문에 변화할 마음이 없다는 것으로 들립니다. 그리고 그말 뒤에는 '너가 변하면 나도 변할게'의 조건부 말이 붙곤 합니다.

원래 그런 나의 모습을 지켜가는 것도 삶의 의미일 수 있지만, 아쉽게도 부부사이에 오가는 ‘원래 그런’ 나의 모습은 서로의 관계에 약보다는 독이기 쉽습니다.

감독이 말한 두가지 공통점을 지닌 영화 속 커플은 소위 말하는 닭살 돋는 멘트를 상대를 위해 아낌없이 전합니다.

“당연하지, 행복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야!”
“내 눈이 어떻게 됐나? 당신은 어떻게 매일 예뻐져?”
“둘이서 늘 나란히 걷죠”

자신의 삶의 경험들 통해 사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감독은 나를 사랑으로 이끌어 줄 모든 것을 갖춘 완성체로서의 파트너를 만나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그런 사람인가? 나는 그렇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라고 말합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