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부부 사이 말 한마디…천냥 빚 갚기도, 지기도

중앙일보

입력 2021.06.04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99)

즐겨보는 프로그램 가운데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현장을 찾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시설을 정비하기도 하고 서비스 마인드 향상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찾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실제로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매일 손님이 줄지어 기다리는 식당으로 성장한 곳도 있습니다.

얼마 전 프로그램은 부천의 한 골목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한 수제버거집이 프로그램에 출연했죠. 다양한 패티를 만들어 보이며 열정을 가지고 더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수제버거집 사장님이 손님에게 종종 반말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됩니다. 출연진은 영상을 통해 반말로 응대하는 사장의 모습을 확인하고 본인 역시 그 입장이 되어봐야 한다며 ‘역지사지 솔루션’을 제안했죠.

TV에 나온 수제버거집이 장사가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장의 불편한 말투였다. [사진 pixabay]

TV에 나온 수제버거집이 장사가 안되는 이유 중 하나가 사장의 불편한 말투였다. [사진 pixabay]

패널 중 한명이 햄버거 가게로 들어섭니다. 그리고는 묻습니다. 그리곤 “사장님 무슨 맛이 제일 맛있어?” , “헷갈려?” 등등 은근슬쩍 대화 중 말끝을 내립니다. 사장님은 다소 당황했죠.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던 패널은 그제야 관찰 카메라 영상을 꺼냅니다.

“어?” , “그것보다 더 매워”, “ 시럽? 한 펌프? 아니면 두펌프?”, “앞에 키오스크에서~” 사장님은 영상 속 본인의 모습을 보며 머쓱해 했죠. 물론 내 가게를 찾아온 손님에게 악의가 있어 그렇게 말하지 않겠지만,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투가 불편함을 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친근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는 무시로 받아들일 겁니다. 조심한다고는 했지만 인지를 못 하고 해왔던 말들이었습니다.

대화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대화의 방향’에 따라서는 일방형, 쌍방형, 침묵형으로 나뉩니다. 일방형은 한쪽이 말하고 한쪽은 듣기만 하고, 쌍방형은 양쪽이 함께 말을 잘하며, 침묵형은 양쪽이 함께 말을 잘하지 않습니다.

‘대화 스타일’에 따른 분류로는 일상형, 탐색형, 싸우는형, 개방형이 있습니다. 각 특징은 일상형은 일상 대화·인사·가벼운 화제·습관적 듣기, 탐색형은 정보·사실·생각 중심 말하기와 탐색적 듣기, 싸우는 형은 통제식·다툼식·보복식 말하기와 대응적 듣기, 개방형은 솔직히 말하기· 경청하기입니다.

그리고 ‘감정표현 정도’에 따라서는 친숙형, 억제형, 표출형, 차단형으로 나누어집니다. 친숙형은 말을 잘하고 감정 표현도 잘하며, 억제형은 말은 잘하나 감정 표현은 잘하지 않고, 표출형은 말은 잘하지 않으나 감정 표현은 잘하며, 차단형은 말과 감정 표현 모두 잘하지 않습니다.

긴 시간 함께 살다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던 그 마음이 말 한마디에 무너질 때가 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감정을 축소하거나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사진 pxhere]

긴 시간 함께 살다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던 그 마음이 말 한마디에 무너질 때가 있다. 혹시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감정을 축소하거나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자. [사진 pxhere]

‘문제 해결의 방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회유형은 내 탓으로 생각하고 먼저 잘못했다고 빕니다. 비난형은 상대방 탓으로 생각하고 비난하며, 산만형은 관심을 분산하는 유형입니다. 이성형은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냉정하게 표현합니다. 일치형은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제3자의 언어표현을 들으며 그들의 대화 스타일을 판단하곤 합니다. 하지만 햄버거집 사장처럼 나는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사실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까운 사람과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식당에서는 잘못된 응대 습관이 좋은 맛을 상쇄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근하고 친절한 모습에 다소 맛이 부족하더라도 기분 좋게 나설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라면 어떨까요?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감정을 축소하거나 단정적으로 말하고 있지 않나요? 긴 시간 함께 살아가다 보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던 그 마음이 말 한마디에 무너질 때가 있습니다. 알아야 고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말의 불편함은 내가 아닌 상대가 느끼는 것입니다.

굿커뮤니케이션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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