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대한민국이 586 운동권의 요새가 됐다. 오늘을 힘겨워하는 청춘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17일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은 얼마나 노력해야 일자리를 얻고, 얼마나 모아야 집 살 수 있는지 묻는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국민의 질문 앞에 제대로 답을 한 적 있냐”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문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우월한 지표가 몇 개나 되나. 제발 눈을 가린 부끄러운 손을 내리고 눈 앞에 펼쳐진 고통 가득한 진짜 세상을 보라”고 말했다.
그는 “친 ‘귀족노조’, 반기업정책이 일자리 파괴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여당은 기업 때리고 귀족노조 편 들면 자신들이 정의롭고 개혁적인 줄 안다. 대한민국 경제를 죽이는 수많은 규제법안이 천사의 가면을 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국민 혈세 짜내고 또 빚을 내서 꼼수일자리를 남발하고, 거짓통계로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선 “‘친문강경파’ 때문에 민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현실에서 틀렸으면 정책을 바꿔야 하는데, 문 정부와 민주당은 거꾸로 하고 있다. 현실은 나 몰라라 하고 누가 더 위선적인지 경쟁이라도 벌이는 것 같다”고 하자 야당 의석에서 박수가 나왔다.
특히 최근 2030세대의 암호화폐 열풍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청년이 왜 코인에 투자하나. 자산축적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정부는 여기 과세부터 한다고 한다. 너무 몰염치하다. 다른 금융상품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장치부터 준비하고 과세 시점도 그때까지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권의 586 세대를 겨냥해 “20대 때 학생운동했다고 평생을 우려먹는다. 한때 대한민국 체제를 뒤집으려고 했던 사람들이, 그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리면서 이제는 수구기득권이 돼 한국에 가장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공수처 수사를 거론하면서 “야권 수사하려고 만들었던, 그래서 밀어붙인 공수처에 딱 맞는 짓이다. 말로는 공수처라고 하지만, 사실은 야권수사하는 ‘야수처(野搜處)’ 라는 정체가, 그 흉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라가 이 지경인데도 여전히 자기가 옳다고 우기고 남을 가르치려 드는 게 진짜 ‘꼰대’고, 낡은 이념과 세계관을 30년 넘게 못 버리면 그것이 진짜 ‘수구’다. 한때 운동권 경력을 평생 우려먹고 세습까지 하려는 것이 진짜 기득권”이라며 “국민의힘은 다른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의 정책 대안으로 ▶재산세ㆍ종부세ㆍ양도세 부과기준 12억원 상향조정 등 과감한 규제완화로 주거사다리 복원 ▶‘특공사태’ 및 LH사태 국정조사 ▶노조법 개정으로 귀족노조 갑질 제동하는 노동개혁 ▶코로나 손실보상법 개선 ▶대학 구조조정 후 지자체ㆍ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플랫폼 등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미래는 없고 낙인찍기로 일관한 연설”이라며“품격 없는 구태정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오늘 연설은 전형적인 ‘국정 바리케이드’”라며 “공수처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수사를 하는 것에 대해 왜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분노하나. 윤 전 총장은 아직 국민의힘에 입당하지도, 입당 의사도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