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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에 유람선 떴는데…‘선장님’은 300㎞ 밖 과천에 있었다

중앙일보

입력

 완전 자율운항 중인 선박의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완전 자율운항 중인 선박의 모습 [사진 현대중공업그룹]

16일 오후 경북 포항에 있는 포항운하. 12인승짜리 유람선이 운하를 가로지르며 50여 분간 운항했다.

그런데 유람선의 운항을 지휘하는 선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간 포항에서 300㎞ 넘게 떨어진 경기도 과천의 KT 네트워크 관제센터에서는 이 모습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면서 원격 제어가 이뤄졌다.

KT와 아비커스는 이날 5세대(5G) 자율운항 선박 관제 및 제어 서비스 시연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아비커스는 선박의 자율운항 솔루션 및 항해 보조 시스템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이번 시연에서 KT는 5G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율운항 선박을 원격 관제하는 역할을 맡았고,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시스템을 선박에 탑재해 사람의 개입 없는 완전 자율운항을 구현했다. 선박의 완전 자율운항을 성공한 건 이번이 국내 최초다.

과천에서 포항에 있는 자율운항선박을 운항하고 관제하는 모습. [사진 KT]

과천에서 포항에 있는 자율운항선박을 운항하고 관제하는 모습. [사진 KT]

자율운항과 자율이·접안 기술이 적용된 12인승 유람선은 이날 총 길이 10㎞, 수로 폭 10m인 구간을 선장 없이 운항했다. 출항부터 운항·귀항·접안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자율운항을 선보였다. 자율운항 선박에 설치된 카메라에서 전송된 고화질 영상과 센서 정보를 5G를 통해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받은 덕분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 선박의 상태와 항로 주변을 분석해 증강현실(AR) 형태로 항해자에게 알려주는 기술도 더해졌다. 자율주행 자동차에 탑재되는 레이저 기반의 센서와 특수 카메라 등 첨단 항해보조 시스템을 선박에 적용해 선원 없이도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KT 관계자는 “폭이 좁은 내항과 환경 변수가 많은 외항, 형산강 하류까지 무리 없이 운항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4단계 완전 자율주행 시연 

국제해사기구(IMO)은 자율화 등급에 따라 자율운항 선박을 1∼4단계로 나누고 있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 선박은 선원이 승선하되 원격제어도 가능한 2등급에 해당한다. 3등급부터는 선원이 승선하지 않는다. 4등급은 완전 자율운항이 가능한 정도에 해당한다. 이날 시연에 사용된 선박은 4단계다. 아비커스는 이번 자율운항 기술을 여객선과 화물선 등 모든 선박에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KT가 서비스 중인 해양 사물인터넷(IoT) 및 안전 서비스와 연계해 새로운 선박관제 및 자율운항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꾸준히 개발할 계획이다. KT 측은 “이번 시연이 무인 자율운항 선박 기술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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