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대장' 푸틴 벌써 도착? 웃통 깐채 '노비촉' 든 男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1.06.16 13:00

업데이트 2021.06.16 13:45

한 남성이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 변장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네바에선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이 열린다. [AP=연합뉴스]

한 남성이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으로 변장한 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네바에선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이 열린다. [AP=연합뉴스]

정상 회담 때마다 상습적으로 지각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장엔 하루나 일찍 도착한 것일까.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광장에 '푸틴 대통령'이 등장했다. 이 남성은 푸틴의 얼굴을 하고, 상체를 노출한 채 군용 바지를 입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즐길 때의 차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어딘가 이상하다. 이 남성은 광장 벤치에 앉아 보드카를 마시는 시늉을 했다. 옆에는 가짜 총과 '노비촉'(군사용 신경작용제)이라고 쓰인 병이 놓였다.

누군가 16일 열릴 미·러 정상회담 결과가 좋을 것으로 보이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당연하지. 결과가 안 좋으면 석유랑 가스 공급을 모두 끊어버릴 테야."

푸틴 대통령의 가면을 쓴 남성.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가면을 쓴 남성.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 변장을 한 남성.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 변장을 한 남성. [AP=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이 남성은 푸틴 대통령 가면을 쓴 '가짜 푸틴'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구속에 항의하기 위해 푸틴의 모습으로 변장한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인 나발니는 노비촉 계열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진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올 1월 러시아로 귀국했지만,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당국이 나발니를 독살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다.

'가짜 푸틴'이 앉아 있는 곳 근처에선 시위대 수십명이 "푸틴 없는 러시아"를 외치며 나발니 석방을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 분장을 한 남성 근처에서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 분장을 한 남성 근처에서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16일 오후 1시부터 제네바에 있는 18세기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4∼5시간가량 회담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정부 해킹 의혹, 미국 송유관 회사 등 랜섬웨어 공격, 인권 문제 등을 대화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다만 이를 전한 미 고위 당국자는 나발니 탄압 문제가 논의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푸틴 대통령. [AP=연합뉴스]

회담 내용만큼이나 푸틴 대통령이 제시간에 회담장에 올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외교 무대에서 잦은 지각으로 '지각 대장'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넘게 지각했고, 2018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의 회담 때는 2시간 30분 늦게 나타났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만남 당시엔 35분 늦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보다 20분 늦게 나타나 회담이 1시간가량 지연됐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1시간 45분, 2019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는 2시간가량 지각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상대방 기선 제압을 위한 의도적 전술이란 분석도 있지만, 개인적 습관의 결과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제네바에 도착해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이 15일 제네바에 도착해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회담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을 기다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푸틴이 먼저 회담장에 도착한 뒤 바이든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기 파르믈랭 스위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15일 제네바에 도착하는 반면 푸틴 대통령은 회담 당일인 16일에 제네바에 도착할 예정이어서 여전히 '지각'의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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