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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씨 사고 관련 3명 구속 영장…사고 컨테이너서 문제 발견

중앙일보

입력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故) 이선호씨 49재 모습. 뉴스1

지난 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故) 이선호씨 49재 모습. 뉴스1

지난 4월 평택항에서 컨테이너 사고로 숨진 고(故) 이선호씨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이 원청업체인 '동방' 관계자와 사고를 낸 지게차 운전기사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기 평택경찰서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동방 관계자 A씨 등 2명과 사고 당시 지게차를 운전한 B씨 등 3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안전 교육·안전 장비·사전 계획 등 없이 작업  

이들은 지난 4월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화물 컨테이너 적재 작업을 하면서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이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법상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안전조치 방안 등을 마련한 뒤에 작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당시 이씨가 투입된 작업은 사전에 계획된 바 없이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안전관리자나 수신호 담당자 등이 배치되지 않았다.

당시 이씨는 관련 안전 교육도 받지 않고 컨테이너 정리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현장 인근 폐쇄회로 TV(CCTV)를 확인한 결과 이씨 등 대부분의 작업자가 그동안 안전모 등 안전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일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일 동방 측 관계자 3명과 현장에 있던 하청업체 관계자, 사고를 일으킨 지게차 기사 등 5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안전관리가 소홀했던 점을 확인해 이씨 사망의 책임이 중한 이들을 대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컨테이너도 결함…중국업체라 책임 묻기 어려워  

이씨를 덮친 컨테이너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감식 결과 컨테이너 자체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컨테이너는 사고 예방을 위해 수직으로 서 있는 벽체가 아래로 45도 이상 기울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는데 사고 당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이씨가 밑에 깔린 것으로 드러났다.

고 이선호씨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고 이선호씨 사고가 난 개방형 컨테이너. 이선호씨 산재사망사고 대책위원회

경찰 관계자는 "해당 컨테이너의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컨테이너가 중국업체 소유라 처벌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해선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지난 4월 22일 오후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 창고 앞에 있던 개방형 컨테이너 내부 뒷정리를 하던 중 지게차가 왼쪽 벽체를 접으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무게 300㎏가량의 오른쪽 벽체가 넘어지면서 깔려 숨졌다. 이씨 유가족은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며 사망 55일째가 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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