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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한 막말 교사도 고소…"매일 국수본 출근하겠다"는 천안함장

중앙일보

입력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이 순직 장병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전우회와 유족회 측도 "그동안 음모론이나 비방에도 침묵을 지켰지만, 앞으로는 선처가 없을 것"이라며 최 전 함장에 힘을 보탰다.

지난 3월 26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찾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중앙포토

지난 3월 26일 국립대전현충원 천안함46용사 묘역을 찾은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중앙포토

"사과해도 선처 없다"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에 따르면 최 전 함장은 이르면 14일 휘문고 담임교사인 A씨를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A씨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안함이 폭침이라 '치면' 파직에 귀양 갔어야 할 함장" "천안함이 무슨 벼슬이냐"란 글을 올렸다. 또 '군인이면 입을 닫고 있으라'는 취지의 욕설도 했다. 그의 글을 본 한 학생이 천안함 전우회 측에 제보했다.

최 전 함장은 자신의 SNS에 "휘문고 선생님, 다음 주도 국가수사본부 가야 한다"고 했다. 그제야 A씨는 폭언이 담긴 글을 지우고 사과문을 올렸다. "인터넷 공간이라고 생각 없이 (글을) 써댄 행위를 최 함장님께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며 "슬픔을 겪으신 장병, 유가족들의 마음과 전몰자분들의 영령에도 저의 사과가 닿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하루 뒤인 13일 오후 4시 기준 A씨의 페이스북은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이 지난 5월 감사원을 방문했던 모습. 연합뉴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이 지난 5월 감사원을 방문했던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최 전 함장 측은 "사과를 해도 받아주지 않겠다"며 "단호히 법적 조치하겠다"고 했다. A씨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직에 있다는 사실이 작용했다고 한다.

휘문고 "담임 교체"

A씨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도 들끓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A씨의 교사자격증을 박탈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 글 작성자는 "교사 개인의 SNS에 정치적 견해를 올린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저런 사람이 청소년에게 수업한다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최 전 함장의 페이스북에는 "월요일에 휘문고 측으로 항의 전화를 하겠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전우회에 따르면 휘문고는 A씨가 맡고 있던 1학년 반의 담임 교사 교체를 공지했다고 한다.

휘문고등학교. 중앙포토

휘문고등학교. 중앙포토

쏟아지는 '천안함 비방' 제보

13일 최 전 함장은 추가 고소도 예고했다. '살아남은 XX들'이라는 댓글을 적은 네티즌에 대해서다. 그는 앞서 '함장이 부하들을 수장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전직 여당 당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국수본에 고소했다. 당시 그는 "함장, 유가족, 생존 장병에 대한 모욕과 명예훼손에 적극 대응 중"이라며 "민사 손해배상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침 국방부 시위 후 시간이 많다. 매일 국수본으로 출근하겠다"라고도 했다.

최근 해군 대령으로 전역한 최 전 함장은 평일 아침 천안함 전우회, 유족회 관계자들과 함께 국방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천안함 전우회 측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음모론, 비방글이 꾸준히 제보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는 이들에 단호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장병 유족회 측도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최 전 함장, 전우회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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