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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유족 보존운동 한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중미 멕시코·과테말라·벨리즈·온두라스·엘살바도르 5개국에 넓게 퍼져있는 마야문명 유적가운데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밀림 속에 묻혀있었던 유적들이 최근 이 지역에 대한 개발사업으로 인해 황폐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인구폭발·도시개발·관광객의 증가·밀림의 불법벌목 등으로 자연파괴는 물론 인류의 중요한 문화유산인 마야문명의 유적들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들 5개국들은 지금까지의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스스로의 문학적 기원을 지켜야한다는 공통의 위기의식으로 한데 뭉쳐 유적보존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기원선 300년까지 그 기인이 거슬러 올라가는 마야문명은 로마제국보다 무려 6배나 더 오래 계속된 거대한 문명제국이었다. 그들은 일식과 월식을 예측했으며, 금성의 궤도를 오늘날의 과학으로 관측한 결과와 비교, 겨우 15초의 오차로 관측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과학문명을 누리고 있었다.
그러나 16세기 신대륙을 발견한 스페인 정복자들은 당시 쇠락하고 있던 마야문명을 무자비하게 파괴, 완전 폐허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원주민과 스페인의 혼혈이 주요 인종인 오늘날의 중미 5개국 사람들은 「마야문명의 후예」임을 자처, 자기 조상의 화려한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벌이고 있는 보존사업의 명칭은 「루타 마야」, 영어로는 「마야 루트」, 즉 「마야의 길」이란 뜻이다.
지난해 10월 과테말라의 셀레조 대통령이 소집한 지역회의는 루타 마야를 위해 5개국이 적극 협력하기를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또 이를 계기로 지난 1백50년간 국경문제로 대립해 온 멕시코와 과테말라가 반목을 그치고 양국 국경에 있는 마야유적을 공동 보존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이들 5개국와 관심사는 비단 이 지역의 유적 보존 뿐 아니라 자연을 파괴로부터 막는 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역의 인구팽창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상태로 야생 동식물이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금년 초 과테말라정부는 새로 44개의 공원·자연보호지역을 설정했으며, 과테말라와 멕시코 양국 대통령은 또 2개의 생물보호 구역을 위해 1만9천평방km를 확보했다. 멕시코 유카탄반도의 소색툴룸은 마야유적 중에서도 가장 관광객이 많은 지역. 이 곳에서 가까운 칸쿤은 신흥관광도시로 매년 25%씩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멕시코의 환경보호주의자들은 이 같은 해안지방에 대한 무절제한 관광개발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수입증대도 좋지만 더욱 중요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을 자연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멕시코의 주요 환경보호단체인 「프로나추라」는 유카탄반도 북쪽 해안에 서식하는 2만 마리의 플라밍고(홍학)를 구하기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봄 하루 40척의 관광선이 플라밍고 서식지를 「관광」함으로써 놀란 플라밍고들이 먹이를 먹으려 하지 않는 등 피해를 주었다고 주장, 이러한 행위는 투어리즘(관광)이 아니라 테러리즘(폭력행위) 이라고 규탄하고 있다.
유적 파괴도 심각한 상황이다. 과테말라의 티칼지역은 옛날 대마야의 수도였던 유서 깊은 곳이나 최근 화전민들이 밀림을 마구 개간, 옥수수와 콩을 심음으로써 대량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또 「마야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아티틀란호수에는 지난 30년간 호숫가에 부자들의 별장이 16배나 늘었으며, 호수 면에는 수많은 요트들이 진을 치고 더러운 물을 내뿜는 바람에 야생동물이 사는 장소는 80%나 줄어들었다.
이처럼 자연파괴와 유적파괴가 극심해지자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앞으로 이 지역을 찾을 다음 세대들은 박물관 아니면 동물원에 가야 마야문명의 흔적이나마 겨우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추자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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