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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12명 투기' 의혹에 靑 내부 위기감 "내로남불 자초 우려"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8일 “여당 소속 의원 12명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국민권익위원회의 전날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한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김태응 부동산거래 특별조사단장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거래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은 4월 재ㆍ보선에서도 엄정한 심판을 받았을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며 “전날 권익위 발표 직후 ‘조사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엄격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일단 당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여당이 괜한 분란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청와대 인사는 본지에 “김태년 원내대표 체제 때 재ㆍ보선을 앞두고 급하게 야당이 제안했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도 수용하고 국회의원의 투기 의혹을 전수조사하자고 역제안하면서 시작된 일”이라며 “송영길 대표 역시 출당 등 강경대응을 공언했는데, 정작 결과가 나오자 명단 공개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법적 근거가 없는 권익위에 조사를 의뢰한 것부터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실제로 권익위에서는 민주당의 조사 의뢰 시점부터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권익위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권익위가 의혹만으로 실명을 공개했다가 또다른 인권침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며 “특히 조사가 정치적 이벤트처럼 진행되면서 권익위가 조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근거도 희박한 채로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부에선 권익위법에 조사 근거가 명확하게 없는 상태에서 세금을 투입한 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조사를 의뢰한 민주당에 비용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 호랑이 등에 타버린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 명단 공개 거부라는 다른 프레임으로 엮이게 될 경우 스스로 전수조사를 해서 벌을 받겠다는 취지의 선의마저 퇴색해버릴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여권 인사도 “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코 코로나 백신과 부동산 문제”라며 “백신 수급 상황과 접종률이 크게 개선되는 상황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내로남불’ 프레임을 자초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당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처분과 관련된 사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당 소속 의원 12명에 대한 처분과 관련된 사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뉴스1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당에서 엄정한 대응을 약속했기 때문에 송영길 대표가 당연히 기대에 부응하는 결정을 하지 않겠느냐”며 “권익위 조사의 한계 등으로 명단 공개 등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사안을 투명하게 공개한 상황에서 필요한 수사기관의 수사와 당사자의 해명 등이 이뤄지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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