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죽지 않는 김순옥 월드..'펜트하우스'에 게임회사 광고제안도

중앙일보

입력

 ‘펜트하우스3’에서 자해로 감옥에서 빠져나온 주단태(엄기준). [사진 SBS]

‘펜트하우스3’에서 자해로 감옥에서 빠져나온 주단태(엄기준). [사진 SBS]

“시작할 때 너무 많이 욕을 먹어서 드라마를 끝까지 완주할 수만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얼떨떨해요.”

'펜트하우스' 시즌 3 시작 김순옥 작가 #“30% 육박 시청률 불가능할 거라 생각” #"드라마 완주할 수 있기만 바랐는데.."

SBS ‘펜트하우스3’의 막을 올린 김순옥 작가(50)가 밝힌 소감이다. 지난해 10월 월화드라마로 시작한 ‘펜트하우스’는 시청률 28.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데 이어 올 초 금토드라마로 자리를 옮긴 시즌 2도 29.2%로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난 4일 금요드라마로 시작한 시즌 3 역시 첫 회 시청률 19.5%를 기록하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그동안 침묵을 지켜온 김 작가도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그는 7일 SBS를 통해 “‘언니는 살아있다’(2017) 최종회 시청률이 24% 나왔을 때 앞으로 내 드라마에서 이 시청률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감독님과 얘기했었는데 또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며 “하려고 한 이야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결핍 때문에 불행, 그래서 계속 죄 지어”

‘펜트하우스’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 [사진 SBS]

‘펜트하우스’를 집필한 김순옥 작가. [사진 SBS]

그는 “시즌 1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고, 시즌 2는 ‘죄에 대한 인과응보’가 포인트였다면, 시즌 3의 주제는 ‘파멸’”이라고 귀띔했다. “‘어떤 인간의 욕망도 충족되지 않는다. 인간은 끝없이 더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기 때문이다’라는 작의처럼 한 칸을 가진 사람이든 아흔아홉 칸을 가진 사람이든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결핍 때문에 불행하고 그 불행함 때문에 계속 죄를 짓게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이어 “인간이 죄를 짓고 온 세상이 다 무너져버리는 끔찍한 상황에서로 새로운 하늘과 땅이 열리고 무너진 돌 틈 사이에서 새싹이 태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시즌 1, 2에서 다룬 학교 폭력과 부동산 투기 등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김 작가는 “시즌 1에서는 학폭 문제가 보기 불편하다며 드라마를 중단해달라는 국민청원까지 나오고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 시기가 집필 중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시즌 2에서는 오히려 같이 마음 아파해주셔서 많이 힘이 됐다”며 “다소 불편하지만 가정폭력, 불공정한 교육, 부동산 문제의 폐해를 조금이나마 건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펜트하우스3’ 하이라이트로 공개된 장면. [사진 SBS]

‘펜트하우스3’ 하이라이트로 공개된 장면. [사진 SBS]

“살벌한 교육 현장에서 두 아이의 입시를 치르고 교육 문제와 부동산 문제를 가까이에서 접해온” 학부모로서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집값이 담합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몇 해 사이에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값이 두 배가 되면서 괜한 상실감에 우울하기도 했다”며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 모두 인생에서 최소한 한 번쯤은 민설아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나보다 환경이 안 좋다는 이유로 상처 주고, 괴롭히고, 피해를 줬을 거예요. 저 또한 마찬가지예요.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아요.”

“절대 죽지 않고 부활…게임 광고 제의도”

높은 시청률 및 화제성과는 별개로 자극적인 소재와 개연성 없는 전개 등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김순옥 월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순옥적 허용’은 개연성 부족함 때문에 생긴 말이지 않나. 인정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건이 터지고 새로운 사건에 휘말리다 보니 캐릭터의 감정이 제대로 짚어지지 않고 죽었던 사람이 좀비처럼 살아나면서 시청자들도 혼란스러웠을 거예요. ‘부활절 특집’이냐는 말도 들었죠. 하하. 절대 죽지 않고 살아나는 설정이 게임 캐릭터로 딱 맞아서 그런지 게임회사에서 광고 제의도 왔었어요.”

시즌 1, 2에서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돌아온 오윤희(유진)와 심수련(이지아). [사진 SBS]

시즌 1, 2에서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돌아온 오윤희(유진)와 심수련(이지아). [사진 SBS]

악녀 본능이 되살아난 천서진(김소연). [사진 SBS]

악녀 본능이 되살아난 천서진(김소연). [사진 SBS]

그는 “드라마를 보면서 반성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절대 살리지 말아야지 결심하다가도 저도 모르게 새로운 사건을 터트리거나 슬슬 살아날 준비를 하고 있다”며 “부족한 드라마를 감싸주고 변호해주는 시청자들께 감사하고 부끄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여러분이 추리한 모든 것이 맞을 수도, 하나도 안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 결말이 여러분을 잠시라도 짜릿하게 해주길 소망합니다. 또 하나! 우리가 지금 사는 집이 가장 행복하구나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진짜 머리 아파서 펜트하우스에서 하루도 못 살 것 같아요.”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