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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공포' 세계 덮쳤는데···"일시적"이란 Fed 믿는 구석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6.06 05:00

업데이트 2021.06.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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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금융팀장의 픽: 2차 세계대전과 인플레이션 

세계 경제에 반갑지 않은 손님이 다가오고 있다. 사라진 듯했던 인플레이션이다.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털어내자 인플레이션이 슬며시 찾아든 형국이다.

다가온 인플레이션은 수치로 드러난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 한국의 5월 CPI도 1년 전에 비해 2.6% 올랐다.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소비자물가, 9년 1개월 만에 최고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자취를 감춘 듯했던 인플레이션을 끌어낸 건 팬데믹 상황에서 수렁에 빠진 경제를 살리려 각국 정부가 쏟아낸 막대한 유동성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와 경제활동 중단 등으로 인해 위축됐던 소비도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보복 소비’로도 불리는 ‘이연 수요(Pent-up Demand)’에 따른 소비가 들썩이는 물가 오름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의 귀환은 불안하다. ‘인플레 파이터’인 중앙은행의 본능을 다시 깨울 수 있어서다. 세계경제위기 이후 흘러넘쳤던 유동성에도 꿈쩍 않던 물가가 제대로 상승 곡선을 그리면 중앙은행이 돈줄을 죄겠다고 나설 수 있다.

벌써 기미가 조금씩 엿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채권매입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의 논의에 나서고, 코로나19 충격 속 매입했던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매각에 시동을 걸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시장이 인플레이션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꿈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도 꿈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런 불안한 눈빛에도 Fed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강조한다. 시장의 공포와 불안을 달래기 위한 립서비스라고 하기엔 믿는 구석이 있어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 중 하나가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지난달 낸 보고서다. ‘총통화, 부채, 이연 수요와 인플레이션: 2차 세계대전으로 본 근거’란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그 단초가 엿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후 미국의 경제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과 유사하다. 군비 조달을 위해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 중앙은행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2차 대전 당시와 코로나19 충격 완화를 위해 대대적인 부양책을 펼친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전쟁과 감염병으로 경제 활동에 따른 제약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가계 등 경제 주체의 저축이 늘어나면서 이연 수요가 커진 것 등도 유사한 조건이란 설명이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약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2일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약 13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12일 뉴욕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에 비춰 애틀랜타 연준이 예상한 인플레이션의 수명은 길지 않은 눈치다. 2%이던 물가상승률이 1946~47년 20%까지 치솟았지만 49년 다시 2%로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2차대전 당시 인플레이션 역학에 작용하는 변수를 세 가지로 꼽았다. 통화유통속도와 적자 재정, 개인 소비의 제약이다. 전시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지만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화폐 수요가 컸던 만큼 화폐 유통속도(화폐의 손바뀜 속도)가 떨어지고 군수물자 생산에 경제 주체의 여력이 집중되며 돈을 쓸만한 물건도 없었다는 것이다. 물가가 오를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전쟁이 끝난 뒤 물가가 급등한 건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전쟁 기간 중 막대하게 늘어난 통화량에 더해 전쟁이 끝나고 각종 물자의 생산이 재개되면서 미뤄뒀던 소비가 분출하며,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져 물가 상승을 부추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재정 적자를 줄이고 소비도 제자리를 찾아가며 물가도 원래 수준을 회복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물가가 들썩이더라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에 이르게 되는 셈이다. 이러한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는 이유도 있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가 팬데믹 기간에 쌓아둔 저축을 모두 탕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주요한 이유다. 또한 이연 소비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서비스산업보다 내구재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 통화유통속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진단이다.

설령 물가가 오르더라도 중앙은행이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보고서는 덧붙였다. "Fed가 인플레 파이터로 면모를 찾으며 금리 인상으로 물가 잡기에 나선다면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비용이 늘어나며 재정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인플레이션이 야기할 긴축 우려에 긴장하는 시장 입장에서는 마음을 쓸어내릴 부분이다.

하현옥 금융팀장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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