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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금리인상' 발톱 드러냈는데···긴축발작 없었던 이유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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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옥 금융팀장의 픽: 소수의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드러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전환을 향한 운을 뗐다. 지난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다.

한 달 전만 해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꿀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던 것과 사뭇 다른 이 총재의 발언은 통화 정책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4.0%)를 기존보다 1%포인트 높일 정도로 경기 회복세가 강한 데다 1765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이 금융불안정을 증폭하는 상황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도 “금리 정상화를 서둘러서도 안 되지만 지연됐을 때 부작용이 크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 전개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미국보다도 앞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기준금리 인상을) 미뤘다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정책을 변화할 때 따라가면 그사이 금융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며 “바깥 여건에 따라 금리 조정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경제 4% 성장 예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한국 경제 4% 성장 예상.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확 달라진 총재의 화법에도 ‘긴축 발작’은 없었다. ‘만장일치 금리 동결’이 알려지며 오히려 시장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금통위가 상당히 매파적일 것이란 루머에 인상 소수의견이 등장할 것이란 경계감도 있었지만 그런 우려가 해소되며 국고채 3년과 10년물 금리가 하락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소수의견은 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깜빡이’와도 같다. 의사록과 함께 금통위 내부의 기류를 엿볼 수 있는 힌트이기도 하다. 시장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실제로 2017년 10월 이일형 위원이 금리 인상 소수의견을 낸 뒤 다음달(2017년 11월 30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1년 뒤인 2018년 11월 30일 금리 인상 석 달 전에도 이일형 위원이 인상 소수 의견을 밝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2015년 4~5월 하성근 위원이 금리 인하 소수의견 낸 뒤 그해 6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5월 금통위는 외형적으로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전개에 변화가 시작됐지만 ‘인상 소수의견’까지는 아니었다는 안도감 등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가 ‘당분간’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기하지 않겠다며 긴축을 향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금리 인상 신호가 더 강해질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우선 눈길이 쏠리는 곳은 다음 달 12일 한은 71주년 창립기념사다. 이 총재가 금리 인상 관련한 뚜렷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 달 공개되는 5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긴축에 무게를 싣는 금통위의 분위기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4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금융 불균형 누적에 대한 경계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JP모건은 한은이 올해 4분기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는 연내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선 연구원은 “오는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상향 조정하고 11월까지 이런 흐름이 확인되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현옥 금융팀장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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