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부른 ‘화폐전쟁'…거브코인 vs 암호화폐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2021.05.22 05:00

업데이트 2021.05.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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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화폐 전쟁’의 막이 올랐다.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거브코인’(Govcoinㆍ정부코인)과 암호화폐의 일전이다.

키워드: 거브코인(Govcoin)

지난 19일 암호화폐 시장의 ‘검은 금요일’은 그 전초전이다. 첫 방아쇠를 당긴 것은 중국이다. 중국 당국이 이날 암호화폐 투기와 거래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 만에 30~40%가량 자유 낙하했다.

중국이 암호화폐를 겨냥한 칼을 다시 꺼내든 것은 중국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의 발행을 앞둔 사전 정지작업으로 분석된다. 내년 초 디지털 위안화 보급을 앞두고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암호화폐가 시장을 장악하는 걸 막기 위한 선제 조치란 풀이다.

인터넷 유출된 중국 시중은행의 법정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 [연합뉴스]

인터넷 유출된 중국 시중은행의 법정 디지털 화폐 전자지갑. [연합뉴스]

미국도 암호화폐를 향한 선전포고에 나섰다. 미 재무부는 지난 20일 “1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는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가 돈세탁과 탈세를 포함한 다양한 불법행위를 통해 금융 감독에 상당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뿐만 아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날 ‘디지털 달러’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불 구조는 비효율적이며 금융시스템 전반에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 무정부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며 영토를 확장해가는 암호화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중앙은행의 발권력과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징세 등 정부의 기능도 위축될 수 있다. 경기순환이나 금융위기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서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이런 암호화폐 도전에 맞서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반격 카드가 ‘거브코인’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다. 암호화폐처럼 블록체인 기술이나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화폐다. 화폐 가치는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 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진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거브코인의 등장이 경제와 금융시스템 전반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검은 수요일’ 같은 암호화폐 시장의 급락 정도는 미미하게 보일 정도의 다른 세상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코노미스트는 “CBDC가 사용되면 망할 가능성 없는 은행(중앙은행)과 완벽한 신뢰가 뒷받침되는 정부가 돈을 보장하게 된다”며 “씨티은행 콜센터를 상대하거나 마스터카드에 수수료를 내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시중은행 대신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고, 정부도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을 신속하게 지급하는 수단으로 거브코인을 이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중앙은행에 저장된 돈의 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낮추며 소비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우선 CBDC 계좌와 사용 기록을 중앙은행이 관리하는 데 대한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 거브코인이 국민에 대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파놉티콘’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게다가 거브코인이 통화로서 제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금융 제도와 법규 등을 갖출 때까지 지난한 과정과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거브코인의 등장으로 자산배분 방식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새판이 짜이고 모든 금융 권력이 중앙은행과 정부로 옮겨가는 중앙집중화가 강화될 것이란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거브코인은 향후 금융의 위대한 실험이 될 것”이라며 “거브코인이 새로운 돈의 화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현옥 금융팀장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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