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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 코인 상장ㆍ허위 공시 했다간 거래소 심사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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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앞으로 암호화페 거래소의 코인 상장 문턱이 높아진다. 이미 상장됐더라도 사업 계획과 기술력을 인정받지 못한 이른바 ‘잡코인’은 줄줄이 상장폐지 될 수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가 신규 암호화폐 상장 절차와 기준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시세조종 같은 불법행위나 해킹 대응을 제대로 못 해서 대규모 피해가 나오면 거래소 운영에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암호화폐 시장의 사고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비트코인 이미지 [중앙포토]

비트코인 이미지 [중앙포토]

지난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들과 대면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가상자산사업자의 사업추진계획서 반영 권고사항’을 전달했다. 최근 암호화폐 사업자 관리ㆍ감독하는 주관부처로 공식 지정된 금융위의 첫 행보였다. 그런 만큼 업계는 단순한 권고사항이 아니라 운영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먼저 금융위는 거래소 신고시 내야 할 사업계획서에 신규 암호화폐 상장절차와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거래소들이 검증되지 않은 잡코인을 마구잡이로 상장하고 있는데도 금융위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거래소의 코인 공시 체계도 계획서에 담아야 한다. 허위 공시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걸 막겠다는 취지다. 지금은 별다른 규정이 없어 허위 공시를 하더라도 이를 제재하기 쉽지 않았다. 고머니2가 대표적인 사례다. 고머니2 발행사가 북미에서 5조원을 투자받았다고 공시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나 상장 폐지됐다. 고머니2에 투자했던 투자자만 피해를 입었다.

시세조종 등 불법행위 발생 시 적절한 대응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사업추진계획서에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대응 방법과 유사수신ㆍ다단계 사기 등 불법행위 대응 방법을 포함하라고 거래소 측에 권고했다.

그 밖에도 ▶거래소가 투자자들에게 코인 투자의 위험성과 수수료 등에 대해 충분히 공지했는지 ▶최근 5년간 거래소에 해킹이 발생했는지 ▶해킹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대응했는지 ▶현금ㆍ코인 인출을 미루거나 거부한 적이 있는지 ▶거래소의 대주주와 대표가 불법 행위에 연루된 적 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계획이다.

코인 업계 “사실상 운영 가이드라인 나왔다”
당국은 이번 권고사항에 대해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보고서 예시’를 제시했을 뿐 강제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달랐다. 거래소들은 이번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사실상 영업이 중단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예시대로 계획서를 쓰지 않으면 퇴출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지만, 심사 주체인 금융당국에서 나온 지침인 만큼 거래소들은 이를 전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심사를 앞두고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9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암호 화폐 거래소는 그 전날인 24일까지 은행 실명 계좌를 확보한 후 FIU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등 접수를 마쳐야 한다. 접수가 끝나면 금융 당국은 약 3개월간의 심사를 거쳐 심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를 통과한 거래소만 살아남을 수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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