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관리 감독 강화…불량 코인 내용 빠진 '반쪽짜리 대책'

중앙일보

입력 2021.05.28 18:42

업데이트 2021.05.28 18:56

정부가 암호화폐 시장을 감독하는 주무부처를 금융위원회로 정하고 본격적인 관리·감독에 나선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사기 등의 불법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다. 다만 '깜깜이' 상장과 공시 등으로 인한 불량 코인 문제에 대한 대책이 빠져 '반쪽짜리 대책'이란 평가도 나온다.

28일 오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45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있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이 45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있다.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라운지 전광판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오후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담은‘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관리방안을 내놓은 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4대 거래소에서 집계된 암호화폐 투자자가 581만명(중복 포함)에 이르는 등 시장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4개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만 22조원에 달한다.

암호화폐 감독 금융위가, 산업 육성 과기부가 

정부의 기본 방향은 암호화폐의 가치는 인정하지 않지만, 사기 등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 예방은 정부가 맡겠다는 것이다. 우선 모호하던 암호화폐 관리·감독 등의 규제는 금융위원회가 맡는다. 이를 위해 금융위에는 관련 기구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기로 했다. 암호화폐와 관련된 블록체인 기술발전·산업육성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게 된다.

다만 암호화폐 문제는 거래의 투명성과 과세, 불법행위 단속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는 만큼 컨트롤타워 역할은 국무조정실이 운영하는 관계부처 차관회의가 그대로 맡기로 했다.

정부 관리 방안의 핵심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감독 강화다. 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등의 요건을 갖춰 9월 24일까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기한 내 신고를 하지 못하면 거래소 영업이 제한된다.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을 감독할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본격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을 감독할 주무부처로 금융위원회를 지정하고 본격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연합뉴스

우후죽순 거래소 시장은 신고 업체 위주로 재편 

정부는 우선 거래소 시장을 조기 신고 사업자 위주로 재편하기로 했다. 정보보호 체계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갖춘 그나마 믿을만한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게 해 사기 등의 피해를 막자는 취지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26일 "9월까지 신고를 마친 가상자산 사업자(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거래하는 투자자의 투자자금은 자연스럽게 보호가 된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조기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 관계부처가 신고 절차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영업 중인 암호화폐 거래업자를 60여개사로 파악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신고가 마무리되면 관리·감독 강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고객 예치금 횡령 위험을 막기 위해 거래소 자체 자금과 고객 예치금을 분리하는 등 특금법에 규정된 의무를 제대로 준수하는지 살피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영업 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또한 암호화폐 거래소가 자체 발행한 암호화폐를 해당 거래소에 상장해 매매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예컨대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자체 암호화폐인 바이낸스코인(BNB)을 발행해 이를 상장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행위가 원천 차단된다. 거래소 임직원의 경우에도 해당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소가 자체 상장한 코인을 자전거래 등을 통해 시세를 올리는 등의 다양한 문제점이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학부 교수는 “해외거래소들이 자체 발행 코인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거래소만 이를 금지할 경우 산업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내년 이후 암호화폐에서 발생한 250만원을 초과한 소득에 대해서는 20%의 세금을 매긴다. 내년도 분에 대한 세금은 23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 시 신고·납부하게 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정부가 투자자 보호 등은 외면하며, 과세만 추진한다고 비판해왔다. 정부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원칙과 소득 간 형평성, 주요국의 과세 동향을 고려한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깜깜이' 상장이나 공시 등 불량 코인과 관련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현재 코인 상장과 공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이 각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인 상장 후 상장심사의 핵심 요소인 사업계획서(백서)를 수정하거나 투자 유치 등 허위 공시를 통해 시세를 띄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0일 상장된 암호화폐 아로와나토큰의 경우 상장 후 개발 참여자 등 핵심정보를 수차례 수정하기도 했다.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 거부로 인한 암호화폐 거래소 무더기 폐쇄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실명계좌 발급 여부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이번 대책은 특금법 상 규정에 있는 것을 확인한 것 외에 별다른 내용이 없어 보인다”며 “거래소 내에서 이뤄지는 상장이나 공시 등 투자자 보호에 대한 내용이 빠진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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