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사망 그 공군부대는 '비밀의 숲'···성범죄 처음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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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넌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의 유가족이 영정사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자넌4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모 공군 중사의 유가족이 영정사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이 발생한 20전투비행단(20전비)에서 지난해에도 유사한 추행사건이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일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0일에도 20전비 소속 대대장 A중령이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사건으로 구속됐다. A중령은 작년 11월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은 뒤 해임돼 제적됐다. 이 당시도 간부들에게 "성범죄를 조심하라"고 당부한 것 외에, 추가 범죄를 막기 위한 부대 차원의 특별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 부사관이 지난 3월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이 부대 간부가 실형을 받은 지 넉 달 만에 성 관련 범죄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이 부대에선 지난 2018년에도 B대대장이 부하인 여성 중위의 손을 쓰다듬거나 입을 맞추고,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의 행동을 한 사건이 있었다. B대대장은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고 제적됐다.

한편 지난달 22일 이 부대 이모 중사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이모 중사는 두 달여만이다. 유족들은 이 중사의 신고 이후 공군의 조직적인 회유와 은폐 시도가 딸을 끝내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은 이날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수용했다.

20전비는 공군 내에서 격오지로 불리는 곳이라고 군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전했다. 폐쇄적 환경 때문에 성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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