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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걸린 '2차 추경'…“빚 그대론데 세수 늘었다고 돈 푸나”

중앙일보

입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및 투자은행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올해 두 번째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후 여섯 번째다. 추경을 통해 소상공인 등 피해 계층에 대한 재난지원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이후 처음으로 빚을 내지 않는 추경이라고 강조했지만, 잇따른 ‘돈 풀기’에 나라 곳간에 빨간 불이 켜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2차 추경 편성을 검토할 것”이라며 “고용회복과 포용강화가 동반된 완전한 경제회복을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2차 추경 편성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자 정부도 ‘추경 편성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추경을 통해 정부는 집합금지·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5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하반기 내수·고용 대책과 코로나19 백신 추가 공급·접종 사업도 보완한다.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 등 코로나 위기에 따른 취약·피해계층 지원 대책 등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경에 필요한 재원은 국채를 발행하는 대신, 올해 예상보다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하는 세금으로 마련한다. 홍 부총리는 “당초 세수를 전망할 때와 달리 경기회복 여건, 자산시장부문 추가 세수 그리고 우발세수의 증가 등으로 상당 부분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며 “기본적으로 추가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이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등]

국세 수입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등]

올해 1분기 국세 수입은 88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조원 많다. 부동산 거래량이 늘었고, 주요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다. 올해 국세 수입이 300조원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285조5000억원)보다 15조원 이상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기재부가 책정한 올해 세입 예산(28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더 여유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세수가 20조~30조원가량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전 국민 위로금’을 비롯해 소상공인 손실보상과 피해 선별지원 등을 망라한 대규모 추경을 편성을 주장하고 있다. 3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2차 추경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일각의 주장처럼 빚을 내서 추경하는 것도 아니고 한참 남은 선거를 의식한 추경도 아니다”라며 “상반기 세수가 더 걷혀서 생긴 재정 여력을 국민께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추경과 불어난 나랏빚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코로나 추경과 불어난 나랏빚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홍 부총리는 선별지원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보편지원을 요구하는 여당 요구에 밀려 추경 규모가 커지면 ‘적자 국채 발행은 없다’는 정부 방침조차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야당은 지난해부터 급증한 국채 발행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돈을 더 쓰는 건 재정에 도움될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올해 적자 국채 발행이 104조원으로 예정돼 있는데, 설사 20조원의 세수가 정부의 잘못된 세수 추계로 인해서 더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84조원의 빚이 남아있다”며 “빚을 남겨놓고 돈을 더 쓰자고 해서는 될 일이 아니고, 최소한 빚 갚는 데 쓰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는 당장 돈이 더 생겼다고 바로 써버리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수가 늘어난 것은 전반적인 가계와 기업의 경제활동이 나아져서라기보다는 일부 산업 위주로 경기가 회복했기 때문”이라며 “더 들어온 세금이라고 이를 재난지원금처럼 휘발적인 사업에 쓰면 앞으로 경제활동 활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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