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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 Review] 세금 더 걷혀 전 국민 위로금? 1000조원 나랏빚은 어쩌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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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더불어민주당이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의 속도전에 들어갔다. 오는 8월께 전 국민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 손실 보상 등도 추경에 담는다.

올 초과세수 20조~30조 예상되자 #윤호중 “재정여력 돌려드리는 것” #전망치 낮게 잡은 착시효과일 수도 #올해 세수, 작년보다 3조 적은 규모 #1원 쓰면 경제부양효과 0.2~0.3원 #현금 뿌리기보다 국가채무 상환을

정부가 2차 추경을 편성한다면 먼저 세입 증액 작업을 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거둘 세금 수입은 당초 계획보다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30조원가량 많아질 것으로 민주당 안팎에서 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런 초과 국세 수입을 활용한 ‘수퍼 추경’을 예고했다. 3일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2차 추경과 관련해 “상반기 세수가 더 걷혀 생긴 재정 여력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 수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세 수입.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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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추경으로 예상 세입을 증액한 전례가 있다. 2016년에는 9조8000억원, 2017년에는 8조8000억원을 증액했다. 이 돈은 고스란히 추경 재원으로 썼다.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재정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월(1분기) 정부가 거둬들인 세금(국세)은 88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9조원 늘었다. 1분기 세수가 80조원을 넘어선 건 올해가 처음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요 산업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고 ▶부동산 관련 세금이 많이 늘어난 점 등이 세수 증가로 이어졌다.

국가채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국가채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획재정부가 올해 본예산과 1차 추경에서 예상한 올해 세수는 282조7000억원이었다. 지난해 285조5000억원(결산 기준)보다 3조원 가까이 줄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재부가 올해 예산을 짤 때 세수 전망치를 지나치게 작게 잡았기 때문에 초과 세수가 많아 보이는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추경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 효과에 의문을 갖는 전문가들도 있다. 초과 국세 수입이 얼마가 되든지 결국 민간의 돈을 정부가 거둬간 뒤 다시 쓰는 것이다. 건전한 경제 발전을 위해 ‘큰 정부’(재정지출 확대)가 좋으냐, ‘작은 정부’(재정지출 축소)가 좋으냐는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논쟁을 벌여온 사안이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재정지출 확대는 결국 민간 소비와 투자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추경에서 1원을 썼을 때 실제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효과는 0.2~0.3원에 그쳤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초과 세수란 것도 결국은 기업과 가계가 열심히 번 돈”이라며 “국가재정법에서 초과 세수는 국가채무 상환에 먼저 쓰게 돼 있는데 여당은 이 원칙을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 둘째)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랏빚(국가채무)은 이미 비상이다. 2차 추경에서 추가로 빚을 내지 않는다고 해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재정적자는 100조원(통합재정수지 기준)에 가까울 수 있다. 2019년 말 국회에서 지난해 예산을 통과시킬 때만 해도 지난해 말 국가채무는 805조2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지난해 네 차례, 올해도 이미 한 차례 추경을 거치면서 올해 말 국가채무는 965조9000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나랏빚 1000조원 돌파가 눈앞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정부에 “고령화로 인한 부채 폭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53.2%에서 2026년 GDP의 69.7%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연간 재정적자 비율은 GDP의 3%, 국가채무 비율은 GDP의 60%로 묶어놓는 재정준칙을 마련했지만 2024년까지는 적용하지 않는다.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뛰면서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추세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무턱대고 돈을 풀었다가는 물가와 시장금리의 상승 속도를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018년 11월 이후 2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연 2.2%대로 뛰어올랐다. 한국은행은 아직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연 0.5%)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상황에 따라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기업이나 가계가 큰 어려움에 놓일 수 있다.

최근 물가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정부는 지난해 상반기 물가 수준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기저효과와 일시적 공급 충격”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정부가) 2차 추경으로 또 재정을 푼다면 국내 물가를 자극해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기여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주도로 경기 회복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추경까지 편성하며 위로금 지급을 서두르는 게 납득이 안 된다”며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을 제외하면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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