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盧, 권력 강화 노린 위험한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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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재신임 정국'에 대해 미.일의 상당수 언론은 냉소적이다. 유럽 언론은 사실 보도에 치중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11일자 서울발 기사에서 "盧대통령은 국가적 혼란이 와선 안된다고 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는 국민의 신뢰를 깎아내리고 정부를 혼란으로 몰아넣었다"며 "아무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이해 못하고 있고 (배우가 말없이 몸짓.손짓만 하는)가부키 드라마가 진행되고 있다"고 혹평했다. 신문은 최근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신임투표에 빗대 "盧대통령은 캘리포니아식의 리콜을 하려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도쿄발 기사에서 "盧대통령은 계속되는 리더십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집권 1년도 안돼 행정부가 붕괴되는 걸 막고 약화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위험하지만 대담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문가 견해를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리더십의 혼돈"이라며 "그의 발표는 계속 인기가 하락하는 정부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기 위한 위험한 정치적 도박"이라고 전했다.

○…아사히(朝日).요미우리(讀賣) 등 많은 일본 신문은 12일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한국 정계소식을 전했으며, 요미우리는 '盧정권 말기상태'라는 제목으로 한국 정치의 위기상황을 부각시켰다.

아사히는 "盧대통령이 국민투표를 꺼내드는 과감한 방법으로 일거에 구심력을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내년 4월 총선과 연결돼 대통령 자신의 진퇴 문제까지 파급될 수 있는 배수의 진이 된 셈"이라고 전했다.

요미우리는 "대통령이 재신임을 언급한 결단은 정권을 건 큰 도박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문제는 북핵 문제.경제부진 등 난제가 산적한 상태에서 재신임 문제로 국정이 계속 겉돌도록 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인가에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관측통들을 인용,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의 심판을 받겠다고 선언한 것은 추락한 자신의 지지도를 회복시키려는 시도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중앙일보 여론조사를 인용, "48%가 盧대통령을 재신임하겠다고 답한 반면 44%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독일 일간 디벨트는 "盧대통령은 신임투표에서 지지율이 낮을 경우 자진 사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들은 11일 비교적 짤막하게 盧대통령의 재신임 관련 기사를 실은 데 이어 12일에는 논평 없이 대통령 측근 비리로 인한 도덕성 위기 돌파로 재신임 절차를 선택했다는 상세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신화(新華)통신은 "盧대통령은 민심 수습을 위해 한걸음 물러선 뒤 다시 도약하기 위한 방식을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워싱턴.도쿄.파리.베이징=김종혁.오대영.이훈범.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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