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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歷知思志)

적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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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유성운 문화팀 기자

중국 삼국시대의 적벽대전은 조선 때 판소리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중원을 통일한 조조는 대군을 일으켜 남쪽으로 향했으나 손권-유비 연합군이 기다리던 적벽에서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삼국지연의』는 제갈량의 신출귀몰한 계책 덕분인 것처럼 서술했지만, 역사가들은 전염병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을 것으로 본다. 정사 『삼국지』도 적벽대전에 대해 “이때 역병이 유행해 관리와 병사가 많이 죽었다. 그래서 조공(조조)은 군대를 되돌리고, 유비는 형주와 강남의 여러 군을 차지하게 되었다”고 기록해 승패를 가른 요인이 역병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역지사지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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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양쯔강 일대는 무덥고 습해 풍토병이 기승을 부렸다. 중원의 건조한 기후에 익숙한 입장에선 버티기 어려운 조건이다. 병법에 능한 조조였지만 전투를 제대로 치르기도 전에 병사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철군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호되게 당한 그는 다시는 양쯔강 이남을 넘보지 않았다. 중원에서 승승장구하던 조조에겐 뼈아픈 정치적 실패였다.

적벽(赤壁)은 지금의 후베이성 가어현 인근으로, 우한(武漢)의 코앞이다. 최근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에서는 코로나19의 발원지로 다시 우한의 실험실을 주목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 발생설이 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은 중국 정부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통제에 일찌감치 성공한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률이 8.5%로 전망된다고 한다. 세계 성장률(5.8%)을 훌쩍 넘었다. 2000년 전 조조와 달리 시진핑은 역병 정국의 승자가 된 것 같다.

유성운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