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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제 선제 아치…초반에 빙그레 기 꺾어 해태 "1승만 남았다."|김성한 연 타석 홈런 등 4발 "폭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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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광주=권오중 기자】프로야구 89한국시리즈의 패권은 4연패를 노리는 해태타이거즈로 기울어졌다.
해태는 한 게임 팀 최다기록인 4개의 홈런 포를 폭발시키며 빙그레 이글스를 6-2로 격파, 3승1패로 우승 문턱에 성큼 다가서 11월1일부터 열리는 서울시리즈 3게임 중 1게임만 이기면 정상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30일의 4차 전은 해태 김응릉 (김응룡) 감독으로서는 모처럼 만에 기분 좋은 한판이었다. 그 동안 3차 전을 치르면서 2승1패로 앞서고는 있었으나 팀의 트레이드마크인 홈런 포가 불발, 내심 불만스러웠었다.
그러나 4차 전에서는 믿었던 주포 김성한(김성한)과 한대화 (한대화) 이순철(이순철) 등이 일제히 대포를 쏘아 빠득빠득 안간힘을 쏟던 독수리를 여지없이 떨어뜨렸다.
해태다운 야구가 모처럼 되살아난 것을 광주 홈 팬들은 신나게 즐겼다.
반면 빙그레는 빙그레 다운 야구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연패했다는 분석이 있다.
창단4년의 빙그레는 올 시즌 초반부터 견고한 팀웍과 상하타선의 고른 집중 타로 선두를 독주해 왔다.
프로3∼4년 생의 어린 선수 (?) 들이 주축이 된 빙그레의 저력은 단연코 밀집된 응집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이었다.
그러나 빙그레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20일간 휴식을 한 탓인지 시즌 중에 보였던 응집력과 파이팅이 보이지 않았다. 원인이 뭘까.
첫째, 1차 전에서 한국최고의 투수 선동렬(선동렬)을 이강돈 (이강돈) 의 홈런 한방으로 무너뜨리게 되자 선수 각자가 영웅심리에 들떠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중심타선인 이강돈·고원부 (고원부) ·유승안 (유승안) 등이 찬스마다「큰 욕심」을 부리다 어이없이 삼진으로 물러나는 결과를 불렀다.
둘째, 2차 전에서 4-1로 승기를 잡은 뒤 실책 3개로 무너져 6-4로 역전 패한 충격에 너무 사로잡혀 있다는 것.
당시 역전패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했지만 김영덕 (김영덕) 감독의 잦은 투수교체→에러→실점 등의 순서로 자멸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판단이다.
이 때문에 빙그레는 투수로테이션이 무너졌고 감독은 감독대로,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서로 상대를 믿지 못하게 돼 결국 팀웍이 와해된 셈이다.
팀의 트레이드마크인 홈런 포가 살아난 해태와 악착같은 팀 배팅을 잃어버린 빙그레의 싸움은 승패가 이미 드러났다고 전문가들이 성급히 단언할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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