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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날 죽음택한 女부사관 “성추행 신고에 조직적 회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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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이다. 중앙포토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이다. 중앙포토

‘선임 부사관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공군 여성 부사관이 끝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해 군 당국이 수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숨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 이 공군 여성 부사관은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31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충남 서산에 있는 공군 모 부대 소속 A중사는 지난 3월초 선임인 B중사로부터 차량 뒷자리에서 강제추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음주 및 회식 금지령이 내려진 상황이었지만, A중사는 ‘야간근무를 바꿔서라도 반드시 참석하라’는 B중사 압박에 못 이겨 다른 부대원들과 함께 회식 자리에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회식이 끝난 뒤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A중사는 성추행을 당했고, 당시 차 안에는 A중사와 B중사와 운전하던 후임 부사관 등 총 3명만 있었다.

A중사는 피해 다음날 유선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이틀 뒤 두 달여 간 청원휴가를 갔다. 또 자발적으로 부대 전출 요청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이날 MBC와 인터뷰에서 신고 직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직속 상관은 상부 보고 대신 저녁을 먹자며 불러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회유를 했고 또 다른 상관은 “없던 일로 해줄 수는 없겠느냐. 사건이 공식화되면 방역지침을 어긴 동료 군인들도 피해를 받는다”고 압박했다.

같은 군인인 남자친구에게 연락해 “잘 말해서 좋게 좋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생각 좀 잘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청원휴가가 끝난 뒤인 A중사는 지난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2일 오전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하루 전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쳤으나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A중사는 자신의 ‘마지막’ 모습도 휴대전화로 남겼다고 MBC는 전했다.

A중사의 휴대전화기에서는 ‘나의 몸이 더럽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라는 메모가 발견됐다.

유족들은 장례를 미룬 채 군 당국의 조직적 은폐 및 회유에 대해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공군 측은 “현재 강제 추행건에 대해서는 군 검찰에서, 사망 사건 및 2차 가해에 대해서는 군사경찰이 수사 중”이라며 “철저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명명백백하게 밝혀 법과 규정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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