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변호사 성폭행 후 극단선택…"피해자 최소 2명 더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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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의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은의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로펌에서 근무하던 후배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40대 변호사 A씨가 다른 변호사도 성폭행한 정황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A씨는 최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1일 이은의 변호사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에 대해 "수습변호사나 초임변호사 등 열악한 지위에서 가해자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본 추가 피해자가 최소 2명 이상 있다"며 "가해자가 스스로 피해자에게 이들 2명의 존재를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A씨와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후배이자 피해자인 B씨의 법률대리인이다.

A씨로부터 피해를 당한 이들이 추가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 B씨는 더는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지난해 12월 고소에 나섰다고 한다. 더불어 B씨는 올해 초 피해자 2명의 인적사항과 피해 사실을 증거와 함께 서울 서초경찰서에 제출해 추가 수사를 요청했다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3~6월 초임 변호사인 B씨를 수차례 성폭행하고 추행한 혐의로 약 5개월 동안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사건이 알려진 뒤인 지난 26일 A씨는 서초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변호사는 "현재 피해자가 알지 못하는 다른 피해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건을 공론화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 변호사는 "피해자 측은 수사기관에 추가 피해자에 대한 수사 확대를 촉구하고 법조계 내부에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숨진 상황에서 이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처리될 전망인 상황에서 이 변호사는 "'공소권 없음' 처분이 수사 금지나 중단하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기소나 처벌은 어렵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와 판단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변호사는 B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B씨는 입장문을 통해 "저는 모든 용기를 끌어모아 정당하고 적법하게 고소했지만, 의혹 어린 시선과 악의에 찬 질문 속에 남게 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자신의 행동을 숨기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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